[IS 오키나와] 한국 마무리 현재와 미래..'닮은 꼴' 오승환-고우석 만나다

이형석 입력 2020. 3. 6. 05:21 수정 2020. 3. 6.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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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LG 고우석 동반 인터뷰
삼성 오승환(오른쪽)과 LG 고우석(왼쪽)이 4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아카마 구장에서 만나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닮은 점이 많은 두 선수가 함께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이다. 오키나와(일본)=이형석 기자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지난 4일에 열린 삼성과 LG의 평가전. 이날 출전 명단에서 빠진 오승환(38·삼성)이 모든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역시나 출전조에서 빠져 홈 구시카와 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막 본진에 합류한 고우석(22·LG)이 오승환을 보며 "안녕하십니까"라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오승환은 "밥은 먹었냐"고 인사를 건넸다. 고우석이 "아직 안 먹었습니다"라고 하자 "왜 아직 밥도 안 먹고 왔냐"며 후배를 살뜰히 챙겼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과 장차 '한국 야구의 뒷문'을 책임질 고우석이 처음으로 함께 인터뷰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개인 최다 세이브(277개) 기록 보유자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고우석은 2018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해 지난해 8승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 앞으로 더욱 떠오를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손꼽힌다. 오승환이 KBO리그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할 즈음, 고우석은 그런 오승환을 바라보며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많은 후배의 우상이자 롤모델인 오승환은 고우석을 바라보며 "내가 롤모델 아니잖아"라고 농을 던졌다. 고우석은 웃으며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현역 최고령 타자' LG 박용택(41)이 입증했다. 박용택은 "(고)우석이가 신인으로 첫 해외 전지훈련에 합류했을 때 체형이나 웨이트 훈련 자세를 볼 때 마다 '오승환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너, 오승환 좋아하니?'라고 물었더니 '제가 좋아하는 선배이자 롤 모델입니다'라고 답하더라"고 귀띔했다. 오승환은 "나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우석이처럼 후배들이 이런 얘기를 해주면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다소 쑥스러워했다.

베테랑 박용택의 시선을 처음 사로잡은 것처럼 오승환과 고우석은 닮은 점이 꽤 많다. 체형, 빠른 직구, 보직 등등이다. 오승환은 "투구 유형과 신체 조건, 또 포지션이 같아 (우리 둘을) 많이 붙여서 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고우석은 "키가 작지만 체형이 닮아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오승환처럼 던져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고 했다. 둘 다 신장이 180cm 이하로 크지 않은 편이다.

삼성 오승환(왼쪽)과 LG 고우석(오른쪽)이 4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아카마 구장에서 만나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삼성 제공
대신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투수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체형의 비결이다. 고우석은 "아마추어 시절에 '오승환의 팔뚝을 닮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TV 중계로 선배님이 던지는 모습을 봤는데, 몸이 정말 커 보였다. 자연스럽게 오승환 선배를 보며 많이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같은 보직, 비슷한 체형에 150km를 훌쩍 넘는 빠른 직구도 공통점이다. 오승환의 직구 회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150.9Km였다. 오승환과 고우석은 직구 구사 비율이 50%를 훌쩍 넘긴다. 이를 내세워 타자들과 정면 승부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이다. 오승환은 "누구나 알다시피 '고우석' 하면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닌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투구 폼에 대해선 '닮았다'는데 이견을 보였다. 고우석이 "던지는 스타일이 비슷하나, 투구 폼은 다른 듯하다"고 하자 오승환이 "투구 폼은 네가 훨씬 좋지"라고 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배의 칭찬에 어쩔 줄 모르던 고우석은 "아닙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오승환(왼쪽)이 2018년 LG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당시 신인이던 고우석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당시 오승환(왼쪽)은 LG 트윈스의 협조 속에 함께 훈련했다. LG 제공
사실 오승환과 고우석의 첫 만남은 2018년 LG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 때였다. 당시 오승환은 팀 캠프가 열리기 전에 LG에 양해를 얻어 함께 훈련한 적 있다. 고우석은 "어릴 때 야구를 시작한 후 주변으로부터 '오승환 선수가 최고 마무리 투수 자리에 오른 데는 노력을 정말 많이 해서 그렇다. 팔꿈치 수술 후에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8년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선 와 닿은 부분이 많았다. 지금껏 내가 해온 운동은 제대로 된 운동이 아니구나 싶었다. 투구 폼을 따라 하려 하기 보단 '나도 정말 열심히 훈련해야 저 자리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 속에 더 열심히 했다"고 소개했다.

오승환이 이번 시즌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 두 선수가 이번 시즌 한 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양 팀의 평가전에서도 나란히 6회 마운드에 올라, 똑같이 1이닝씩 투구했다. 고우석은 "대선배인 오승환 선배님이 투구하는 걸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정말 영광이다"며 "정말로 아직 많이 부족한데 주변에서 간혹 '작은 오승환'이라고 불러주셔서 정말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는 구위로만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른 압박감 등 자신과 싸움 등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고우석은 그런 부담감과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것 같다. 고우석과 같은 선수가 많이 배출돼 마무리 투수로서 롱런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또 다른 아마추어 선수들이 고우석을 롤 모델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야구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 야구가 발전할 것이다"며 덕담을 건넸다.

오키나와(일본)=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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