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comony 맘코노미가 떠오른다..엄마라는 이름으로

2020. 3. 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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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아이를 위한 시장이 이렇게 거대할 줄 말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엄청난 정보 공유를 통해 생성되었고, 활성화된 경제 활동. 우리는 그걸 ‘맘코노미(Momconomy)’라 부른다.

▶‘맘코노미’는 거대 블루오션

나는 아빠다. 아빠가 된 지 정확히 189일째다. 태아 시절까지 포함하면 10개월 하고도 6개월 남짓 아빠로 살고 있는 셈이다. 식구 하나가 늘었을 뿐이라, 무지한 내 계산에 따르면 식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철저한 오산이었다. 집안에 갓난 아기가 생기니 모든 일이 그 녀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간 누렸던 라이프스타일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새 식구의 배꼽시계에 맞춰 모든 것이 움직인다. 아빠가 이렇게 느낄진대, 엄마(들)는 과연 어떨까?

아내는 워킹맘이다. 출산 3개월 후부터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그녀는 바쁜 업무 중에도 아이를 위해 필요한 어떤 것들을 틈틈이 구매한다. 그 결과, 우리 집 앞에는 택배 박스가 상시 놓여 있다. 끊이지 않고 많은 것들이 온다. 그냥 ‘구매했으니 박스가 있겠지!’라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다 경제 활동이라 생각하면, 엄마들에 의해 구동되는 산업은 가히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새로운 용어가 2020년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맘코노미’라 일컫는 단어다. ‘엄마(Mom)’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생성된 맘코노미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블루오션으로 지칭된다. 아니, 아빠인 내가 봐도 그럴 것 같다.

출산이 임박해지면 예비 부모들은 더욱 바빠진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거쳐 집에 돌아오면 당장 아기를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생아 침대부터 아기 피부에 닿는 (그래서 요즘은 모든 게 유기농 또는 오염이 적은 면 소재를 찾는다) 패브릭 종류부터 시작해 준비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전자 제품의 양도 상당하다. 처음으로 아빠가 되어 보는 필자 역시 아내와 함께 차곡차곡 준비하고 공부해 나갔다. 신생아는 2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먹는다. 예전 같으면 물을 팔팔 끓인 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분유가 녹는 최적의 온도인 섭씨 45도를 맞추는 것도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분유 포트’라는 제품도 나왔다. 설정한 양과 물 온도를 정확히 맞춰서 분유를 타야 하는 난관을 해결해준 제품이다. 심지어 벤딩 머신처럼 아예 분유 분말까지 다 배합해서 먹일 준비를 해 주는 제품도 있다. 과거엔 뜨거운 물에 젖병을 소독하고 그걸 또 말려서 사용해야겠지만, 이제는 ‘젖병 소독기’라는 것도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아기의 패브릭 제품들을 삶지 않아도 되는 ‘삼숙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집안에 아기를 위한 용품들이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 나갔다. 안 그래도 짐 많은 집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 셈이다.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아기가 먹는 분유 종류는 왜 그리 많은지. 산후 조리원에서는 국내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었다. 아내는 포털 사이트의 유명 ‘맘 카페’, 그러니까 맘코노미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습득한 지식으로 우리 아기의 분유를 변경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분유가 떨어지기 않게 하는 것이 필자가 맡은 임무였다. 대체 어디에서 주문하면 되냐고 물었더니 메신저를 통해 해외 사이트 URL 하나가 전송되었다. 똑같은 브랜드인데 산지에 따라 성분이 다르다고 했다. 분명 국내에도 수입되는 제품이건만, 얼마 전까지는 독일산이 좋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낙농 국가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제품이 뜬다고 했다. 산후 조리원을 거쳐 아기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 분유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수시로 해외 직구를 한다. 간혹 그들의 재고가 떨어지는 순간이 존재하기에 지속적 관찰을 통해 분유 재고량을 적절히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끝이 또 아니다. 시쳇말로 ‘국민 육아템’(이하 ‘국민템’)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다. 신생아의 주의를 끌기 위해 만들어진 움직이는 모빌, 힘겨운 엄마의 체력을 조금이나마 아껴 주기 위한 전동 요람, 아기의 세상 구경을 위한 유모차, 차량에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카 시트, 아기 목욕을 수월하게 하는 아기 욕조, 목을 가누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사용하는 장난감 등등. 세상에 ‘국민’이라는 수사가 붙은 아기 용품들은 무궁무진하다. 아직 영아기의 자녀를 둔 초보 아빠의 입장에서 당장 사용하고 필요한 것들만 나열한 셈이다. 아이가 점차 커 나갈수록 이 아이템들은 지속적으로 변경된다. 그때에 맞고 필요한 제품들이 아마 수천, 수만 가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들보다 정보와, 실사용면에서 앞서가는 엄마들에게 아기 용품의 구매에 앞서 중요하게 고려될 포인트는 그 모든 제품의 기능이 완벽해야 하고, 덧붙여 소재의 유해함이 없어야 하며,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정보들은 온라인상에서 경험자들의 공유를 통해 일파만파 퍼진다. 어떤 제품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확산되면 그건 국민템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순간 제아무리 각광받던 제품이라 할지라도 추락하는 건 일순간이다. 그만큼 맘코노미라 일컬어지는 엄마들의 (아이와 자신을 위한) 경제 활동은 활발하며, 대단히 영향력이 크다.

▶합리적 소비를 돕는 공유 경제

맘코노미라는 용어가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오프라인 활동 중 가장 큰 이벤트는 ‘베이비 페어’라 불리는 행사다. 1년에 몇 차례 개최되는 이 페어에는 출산과 육아를 위한 수많은 아이템이 한 공간에 나열되고, 또 정상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굳이 살 것이 없어도 베이비 페어를 찾아 한번쯤은 둘러보는 게 관례가 되었다.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들의 필수 코스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선보이는 물건들이 무작정 저렴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베이비 페어는 여전히 큰 행사지만 과거에 비해 영향력은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온라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보 확산 및 편의 사양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우리 생각보다 아주 부지런하고 활발하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열일 제쳐 두고 비교하고 평가하며 소비한다. 또 좋은 물건이라도 비싼 것을 무조건 구매하기보다 현명하고 필요한 소비를 지향한다. 그래서 맘코노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일종의 ‘공유 경제’다. 아기는 생각보다 무럭무럭 자란다. 이건 꼭 새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런 탓에 월 1~2만 원 정도의 금액에 육아를 위한 제품들을 대여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아무리 평이 좋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아기가 거부하면 효용 가치가 없기에, 일단 빌려서 사용해 본 후 결정하겠다는 의지도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유 경제로서의 맘코노미도 현재 굉장히 커져 있는 비즈니스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아기를 위한 여러 가지 시스템을 장착한 스타트업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신생아는 엄마의 배 속에서 듣던 심장 소리와 양수 소리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배웠다. 필자의 경우 종종 진짜 수돗물을 틀어서 아기를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다양한 백색 소음들만 모아 둔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또,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퇴근 후 우리 아기가 분유를 얼마나 먹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앞서 사용한다는 애플리케이션은 하루의 총량을 측정해줄 뿐만 아니라,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기의 수유 시간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태아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정보와 출산일까지의 주의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앱 역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국민템 중 하나다.

맘코노미의 활성화에 따라 중고 거래도 더 활발해졌다. 앞서 말했듯 공유 경제 시스템을 빌어 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에게 맞는 물품들을 직접 소비하는 경우가 사실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시기별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달라지기에 그걸 처분하는 중고 거래 역시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집 역시 아기가 6개월이 넘어감에 따라 신생아 때 사용하던 침대, 모빌, 요람 등등의 물품이 처치곤란이 되어 가고 있다. 아내는 또 다른 동료 산모에게 넘기기도 하지만, 중고 거래를 꽤 많이 한다. 오늘도 퇴근 후 신생아 침대와 수유 쿠션 등 아내가 중고 거래한 제품을 건네기 위해 짐을 챙겨야 한다. 맘코노미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비가 필요하다. 이 소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 기한이 지난, 시쳇말로 철 지난 물품들을 비용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소비 촉진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이 탓에 필자의 가정에서도 새로 들이는 물품만큼이나 직거래 혹은 택배 거래를 통해 보내야 하는 물품도 많다. 맘코노미를 통해 촉진되고 있는 소비, 공유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중고 거래는 향후 더 늘면 늘었지 축소될 영역은 결코 아니다. 이 탓에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맘코노미에 부합하는 제품군을 선보이기에 여념이 없다.
▶여성이 주도하는 시장 경제로의 변화

맘코노미란 용어가 올해의 트렌드로 부상한 데에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서적에서는 맘코노미를 주요 트렌드로 꼽았고, 미국의 모유 픽업 배송 서비스, 대단히 과학적으로 배란일을 체크해 주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소개한다. 책에선 엄마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경제 활동을 맘코노미라 칭하며, 이 트렌드는 이미 국내 유통 업계에서도 꿈틀거리는 활화산 같은 시장이라고 전한다. 그러니까 맘코노미는 ‘아기’라는 새로운 가족을 중심에 두고, 엄마라는 또 다른 우리 시대 여성의 얼굴이 만들어 내는 시장 경제의 영역인 셈이다. 그래서 맘코노미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범주까지 확장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약해진 산모의 골반저근을 관리하여 탄력을 회복시키는 디바이스도 출시되었다고 한다. 또 필자의 경험에 반추했을 때 임산부의 경우 자동차에 탑승할 때 안전벨트가 꽤 불편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맘코노미 트렌드에 따라 임부용품 중 ‘임산부 안전벨트’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도 보았다. 배를 갑갑하게 하거나 또는 사고 시 배를 파고들거나 조이는 충격을 완화시킨 임산부 전용 안전 보조 장치인 것이다. 또한 임산부를 위한 전문 건강 식품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험을 가진 이라면 알겠지만 임산부에게는 필수 영양 성분이 충분히 공급되어야만 한다. 이는 임신 준비 중인 여성,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며 굉장히 활발한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맘코노미의 시작점이며, 우리네 라이프스타일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엄마를 포함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시장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맘코노미는 ‘쉬코노미(She+Economy)’로 확장되기도 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소비를 위한 구매 결정의 85%를 여성이 주도한다고 한다. 소비의 주체는 엄마를 포함한 여성들이라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일례로 패션 산업의 소비가 여성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리고 육아를 위한 제품은 물론 가전, 리빙 등 집을 위한 큰 소비 역시 모두 아내, 엄마 등으로 칭해지는 이들이 주체적이다. 필자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소비는 아내가 주도한다. 가정과 아기를 가장 먼저 챙기는 아내의 목소리에 대부분 동의하게 되고, 이에 대부분의 소비가 합당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딴지를 걸거나 불평할 필요가 없다. 나뿐 아니라 많은 가정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았을 때 맘코노미 트렌드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낮아졌지만, 그만큼 소중해진 아기에 대한 엄마의 입장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산업은 점차 더 확대될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 배송으로 배송된 이유식을 주방에 들이고 출근한 나를 보더라도 그렇다. 앞으로 우리 아기를 위해 어떤 제품들이 집으로 배송될까? 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필요 없는 소비가 없다는 걸 알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엄마만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를 위한 소비이기에 더욱 그렇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9호 (20.03.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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