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라면 제공..코로나 경증 환자 지낼 생활치료센터 가보니

백경서 2020. 3.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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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앙교육연수원 첫 치료센터 지정
160실에 가구·가전외 생활용품도 완비
의료진 대기하며 환자 모니터링· 치료
국가시설이나 숙박 시설 등 추가 지정
1일 대구시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국내 첫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이곳에 2일부터 경증 환자들이 지내며 치료를 받게 된다. 대구=백경서 기자

1일 오후 8시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중앙교육연수원. 창의관 건물 1층에 들어서니 방 입구에 라면 6개, 2ℓ 생수 12개, 세면도구 등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방마다 개인 욕실과 더불어 1인용 소파와 냉장고, 책상, TV, 침대 등 가구·가전 제품도 구비돼 있었다.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경증 환자들이 생활하며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국내 첫 생활치료센터다. 대구시와 보건당국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대구 지역 환자들이 이날 기준 1661명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경증 환자들을 수용하며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했다.

환자들은 중앙교육연수원 창의관에 머문다. 4층 건물에 1~3층이 숙소로, 모두 160실이다. 환자들과 함께 거주하며 이들을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의료진은 중앙교육연수원 수신관(60실)에서 생활한다.

이날 질병관리본부가 중앙교육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한 이후 건물에는 생활용품을 실은 차들이 연신 오갔다. 복도에는 코로나 19 환자와 의료진이 사용할 이불, 음료수, 생활용품 등 박스가 쌓여 있었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직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밤 안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2일부터 환자를 받을 계획"이라며 "침대 등 환자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품은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1일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신종 코로나 확진자 중에서도 경증 환자를 수용해 관리해나갈 생활치료센터다. 대구=백경서 기자


중앙교육연수원 확진자 수용 인원은 얼마나 될까. 1인 1실이 되면 환자 16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생활치료센터는 기본적으로 1인 1실로 한다. 기존의 우한 교민들을 격리했던 시설과는 달리 확진 환자들이기 때문에 교차 감염의 위험성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대구시 브리핑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1인 1실로 할지를 다시 협의 중”이라며 “몇 명을 수용할지는 협의해봐야 안다”고 밝혔다.

생활치료센터는 모든 환자를 입원 치료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중증도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의 4단계로 분류해 경증 환자를 따로 격리해 치료하게 된다.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입원 치료는 중증 또는 위중 환자를 중심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반영됐다.

각 생활치료센터에는 책임 병원이 지정된다. 대구시는 경북대병원을 중앙교육연수원 담당 의료 책임 병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자원봉사 의료인과 군의관 등 인력이 추가로 투입된다.

1일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의료진에게 줄 이불이 쌓여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앞으로 생활치료센터는 추가로 지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경북 영덕군의 삼성인력개발원에 대한 생활치료센터 지정 협의도 이날 완료했다. 앞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 개정안에 따라 보건당국에서 국가운영시설이나 숙박시설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게 된다. 의료진들은 맥박, 수축기 혈압, 호흡수, 체온, 의식 수준 등에 따라 점수를 산정해 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한다.

권 시장은 “부족한 병상으로 인해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자가에서 입원 대기를 하는 환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그 와중에 몇 분의 시민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번 지침 개정으로 중증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최상의 치료를 받고, 자가에서 입원대기 중인 경증 환자들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진창일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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