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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 시국에…질본 1339로 욕설·장난전화 난무

차창희 기자
입력 : 
2020-02-27 16:52:23
수정 : 
2020-02-27 23: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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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장애가 있다, XX야"
유튜버 장난전화 영상 올려
하루뒤 적반하장식 해명까지

확진자 폭증에 상담 힘든데
전화 끊으며 "뻥이다" 막말
"질병관리본부 상담원입니다." "제가 지금 기침하고 열이 있어 가지고요. 이 ○○ ○○야. 여보세요?"(유튜버 A씨) 수화기 넘어 들려온 갑작스러운 욕설에 당황한 상담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 상담원 침묵이 이어지자 장난전화를 건 A씨는 "죄송합니다. 제가 말끝마다 욕을 좀 하는 '틱 장애'가 있어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한 후 한 차례 욕설을 더 내뱉었다. 상담원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장난전화를 마친 A씨는 "제가 봤을 때는 이거 (경찰에) 잡혀갈 것 같다. 제가 준비를 하고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며 장난전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콜센터 1339로 밀려드는 상담 전화 응대로 상담원들 고충이 큰데, 이들을 맥 빠지게 하는 장난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1339 통화를 간절히 원하는 선량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질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 본격화한 지난달 28일 이후 상담 요청 건은 일평균 1만5000건에 달한다. 평소 300~400통이었던 상담 전화가 코로나19로 50배 가까이 폭증했다. 1339는 밀려드는 상담 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인력을 충원했다. 현재 상담원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긴급을 요하는 전화도 있지만 욕설을 내뱉는 등 장난전화도 적지 않다. 매일 사투를 벌이는 상담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걸려오는 불쾌한 장난전화에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튜버 A씨 사례가 상담원들의 사기를 꺾는 대표적인 경우다. A씨는 지난 26일 영상 파장이 심상치 않자 27일 올린 사과 영상에서 "어제 장난전화는 술을 먹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것 같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반성하겠다. 죄송하다"면서도 "죄송하다고 했으면 그만해라. 내가 사람을 때리거나 죽인 것은 아니다"고 '적반하장'식의 반응을 보였다.

A씨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한목소리로 그의 치기 어린 행동을 비판했다. 실제 A씨 유튜버 영상에는 '코로나19로 콜센터 상담원들이 힘든 와중에 이런 장난을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선을 넘는 행위다. 반성해야 한다' 등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 네티즌은 국민신문고 등에 A씨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해당 민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의거해 허위·조작 등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장난전화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에는 한 20대가 119로 전화를 걸어 "중국에 다녀왔는데, 코로나19에 걸린 것 같다"며 허위 신고를 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상담원 연결 후 "진짜 되네" 하고 끊거나 상담 후 "뻥이야"라고 허위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1339 특성상 심야시간에 술에 취한 채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괴롭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인이 옆에서 지나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신천지가 나쁜 거냐"는 등 전화로 상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질본 관계자는 "허위 신고나 장난전화를 하면 반드시 필요한 상담을 놓치게 되고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며 사실상 사회적 재난 상황인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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