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뮤지컬 '눈물의 빅세일'

서정원 2020. 2. 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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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관객 줄었지만
대관료 돌려받을 길 없어
울며 겨자먹기 공연 강행
파격 할인으로 손실 최소화
'1만8000원'. 대학로 인기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다음달 1일과 12~22일 공연 표값이다. 3월을 맞아 새로 출발한다는 의미인 '리프레시 할인'이 적용돼 정가 4만5000원에서 60% 낮아졌다. 특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든지 몇 매 이상 구매해야 한다든지 등 제한 사항이 없다. 또 2장을 한꺼번에 구매할 때 적용되는 '너랑 나랑 1+1 할인' 폭은 2월 60%에서 3월 65%로 확대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뮤지컬 관객 수가 급감하자 공연계가 다양한 이름을 붙여 할인을 진행하며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극장 뮤지컬들이 중심이다.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사진 한 장만 있어도 기본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족사진을 들고 가면 '가족 할인'을, 친구끼리 찍은 사진이 있으면 '여사친 남사친 할인'을 받는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할인도 할인율이 40%로 높은 편이다.

서울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페인터즈'는 3명 이상 가족이 관람할 때 가족사진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면 표값을 40% 깎아준다.

제이디비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써니텐'은 5만5000원짜리 티켓을 2장 구입하면 53% 할인해준다. 각각 54%, 67% 깎아주는 '인터파크특가'(선착순 10명)와 '주말특가'(선착순 6명, 주말 오후 5시 공연 한정)도 있다.

마로니에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꽃보다 슈퍼스타'는 일반 성인이면 40% 할인, 대학생은 50%, 청소년은 60%라 정가가 무의미할 정도다.

많이 알려진 뮤지컬도 폐막을 앞두고 타임세일을 진행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월 25일~3월 1일 공연(1일 6시 공연 제외) 예매분에 대해 VIP석 40%, R석과 S석을 각각 50% 할인해주는 '굿바이 타임세일'을 지난 24일 오전 10시부터 그날 자정까지 진행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2월 25~28일 공연 예매분에 대해 전석 50% 할인을 24~26일 제공했다.

열악한 재정 상황과 감염 우려에도 이들 뮤지컬이 출혈을 감수하며 관객을 적극 모집하는 이유는 이미 들어간 공연장 대관료를 돌려받기가 힘들어 손실이라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참여하는 배우 수가 적은 중소 규모 뮤지컬은 인건비보다 오히려 대관료 부담이 더 크다. 지금 당장 공연을 중단하면 현재 손실을 그대로 확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공연 제작사와 종사자 개개인에 대한 지원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업계 긴급 지원 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피해를 받은 공연단체가 보전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총 21억원에 불과하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중소 규모 제작사의 도산 방지와 제작 역량 보존을 위해 대관료 환불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제작사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배우나 스태프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예술인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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