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하다 유행 끝난다..신속임상 절차 왜 한국만 없나"

권유진 2020. 2. 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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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
"선진국 임상시험 규제 간소화 추세
4~6개월 걸리는 독성실험 면제
한국, 미국보다 최소 5개월 더 걸려
전염병 플랫폼 시스템 마련해야"
25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밀폐실험실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분석에 앞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선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보다 규제에 발목을 잡혀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백신이 나오면 반드시 독성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관련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길게는 10년 이상의 임상시험을 거치는 사이 감염병 차단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임상시험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절차 자체가 없다”며 “같은 백신이라도 한국은 미국보다 최소 5개월은 시간이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설립한 국제기구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다음은 송 사무차장과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송만기

Q : 한국도 우수한 기술이 있는데 규제 때문에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A : “그렇다. 한국에는 아직 독성시험을 면제하는 제도가 없다. 관련 기업 중에는 규제만 없다면 3개월이면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곳도 있다. 현재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의 이노비오는 이번 여름에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성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미국은 3개월 정도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임상시험을 하는 것도 국내에선 독성시험 단계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Q : 미국·유럽 등은 백신 개발에서 임상시험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다.
A : “선진국이라고 모든 백신에 대해서 독성시험을 면제하는 건 아니다. DNA 백신 등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 중 같은 ‘플랫폼 기술’에서 생산된 것에 한해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기존에 있던 플랫폼에 새 바이러스의 항원을 넣어 백신을 만드는 기술이다.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단계인 독성시험에는 통상 4~6개월이 걸린다. 이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할 때는 신속성이 제일 중요하다.”

Q : 한국이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뭔가.
A : “먼저 독성시험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예전에는 바이러스 감염 유행이 끝나자 백신 개발을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란 기관이 등장하며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플랫폼 기술로 여러 종류의 백신을 만들어 미리 검증하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와 비교하면 백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한국도 플랫폼 기술로 백신을 빠르게 개발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CEPI는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국제 연구기관으로 2017년 출범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등이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Q :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에도 백신의 효과가 있을까.
A : “바이러스에 변이가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기존 백신이 방어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아직은 백신 개발 이후 변이까지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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