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연습장에서 스윙 익혀 PGA투어 제패한 태권소년 호블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24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우승한 빅토르 호블란(22·노르웨이)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살았다.
노르웨이는 통념과 달리 골프가 제법 인기 스포츠다. 500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에 골프장이 170개가량 영업 중이다.
그린피도 저렴한 편이다. 수도 오슬로와 베르겐 등 대도시 주변에 골프장이 몰려 있어 접근성도 좋다.
그렇지만 겨울이 워낙 길고, 혹독한 추위에 눈이 많이 오는 기후 탓에 골프는 5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다섯달 밖에 즐기지 못한다.
뛰어난 골프 선수가 배출되기 힘든 여건이다.
호블란은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골프 스윙은 대부분 실내 연습장에서 익혔다.
골프는 11살 때 아버지한테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 하랄 호블란은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때 골프를 익혔다. 귀국할 때 골프채를 갖고 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골프채를 쥐는 법과 스윙의 기초를 가르쳤다.
그래도 노르웨이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그는 2014년 17세 때 노르웨이 골프 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2013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럽 청소년 팀선수권대회가 호블란의 인생을 바꿨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팀 코치 앨런 브래턴이 대회를 보러왔다가 호블란의 재능을 알아봤다. 그는 "한눈에 봐도 특별했다"고 술회했다.
2016년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입학한 호블란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2018년 그는 아마추어 무대 최고 대회인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결승전에서 6홀 차 대승을 거둔 그는 이 대회에서 104홀만 치른 끝에 우승, 1979년 이후 최소 홀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호블란은 작년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모두 아마추어 1위를 했다. 같은 해 두 대회에서 아마추어 1위에 오른 것은 1998년 맷 쿠처(미국) 이후 20년 만이다.
호블란이 지난해 US오픈을 마치고 프로 전향을 하자 골프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은 건 당연했다.
핑, 오데마르 피게, 그리고 린드버그와 전속 계약을 하는 등 PGA투어 데뷔 전부터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기대주답게 PGA투어 대회 초청장이 날아들었다. 데뷔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거뜬히 컷을 통과한 그는 로켓 모기지 클래식, 3M오픈, 존 디어 클래식에서 모두 16위 이내에 들었고, 윈덤 챔피언십에서 4위에 올라 대형 신인 탄생을 예고했다.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파이널에 참가해 가볍게 PGA투어 카드를 따낸 호블란은 2019~2020년 시즌에 불과 7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만 치면 이번 대회가 세 번째 출전한 대회다.
그는 노르웨이의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이미 2018년 노르웨이인 최초의 US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제패에 이어 지난해에는 마스터스에 출전한 첫 노르웨이인이라는 기록을 남긴 그는 노르웨이인 최초의 PGA투어 대회 챔피언이 됐다.
'링컨'이나 '아미스타드' 같은 역사 영화로 영어를 배웠다는 호블란은 "노르웨이를 떠나 미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편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을지는 몰라도 더 넓은 세상에 도전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오픈 우승 인터뷰에서도 "내가 자랄 때 PGA투어에서 뛰는 노르웨이인은 비요른스타드 한명 뿐이었다. 그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드디어 노르웨이인 최초의 PGA투어 대회 우승자가 됐다는 게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노르웨이 골프 선수로서 소감을 밝혔다.
어릴 때 호블란은 7년 수련 끝에 검은 띠를 딴 태권도 유단자다. 그는 "태권도가 정신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급 대회 멕시코 챔피언십과 같은 기간에 열려 정상급 선수가 모두 빠진 B급 대회라지만, 이번 우승으로 호블란은 2022년까지 PGA투어 카드를 보장받았고 다음 달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5월 PGA 챔피언십 출전을 확정하는 등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세계랭킹도 102위에서 60위로 껑충 뛰어 50위 진입을 눈앞에 뒀다. 세계랭킹 50위 진입은 '강호'의 표상이다.
PGA투어에 슈퍼 루키가 등장한 셈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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