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전세기 탑승 의료진과 가족에 대한 공격도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 19 환자가 800명에 육박하면서 일본 열도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에선 '이지매(집단 괴롭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감염 피해를 낳은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나 후베이성 우한발 전세기에 탑승한 의료진을 마치 세균 전파자로 공격하는 사례까지 발견되고 있는 것.
2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재해의학회(학회)는 이사회 명의로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의료진에 대한 비방이 지나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회는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두고 활동한 의료인 가운데 직장에서 세균 취급을 당하는 등 '이지메'(괴롭힘)를 당하는 등 믿기 어려운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사안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례로 해당 의료진의 자녀가 어린이집·유치원으로부터 등원 자제를 요구받거나 직장 상사로부터 현장 활동에 대해 사죄를 요구받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학회 측은 전했다.
코로나 감염자 중 일본에서 사망이 처음으로 확인된 80대 여성이 입원했던 가나가와현 한 병원에는 이 병원 직원의 이름을 대며 그가 음성으로 판정될 때까지 그 직원의 중학생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전화가 수차례 걸려오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전화를 건 인물은 해당 학생이 다니는 중학교 교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등 타인이 사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병원 측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인 혐오'도 발견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교토시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중국인은 일본에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쓴 중국어 전단을 전주에 부착한 50대 남성이 21일 옥외광고물 조례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선 이 크루즈선에서 내린 일본인 여성(도치기현 거주)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검사 당시(지난 19~21일)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귀가 후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계속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선 하선 후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덩달아 커지면서 집단 따돌림 등 사회 갈등도 함께 확산되는 모습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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