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헌 거북선컴퍼니 “동대문 거래 방식, IT로 확 바꿨어요”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한 해 도소매 간 발생하는 거래량은 20조원 규모예요.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들과도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우리나라 패스트 패션을 대표하는 의류시장이죠. 잠재력이 큰 만큼 테크와 결합하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동대문 의류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거북선컴퍼니 염승헌 대표㉖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재직 당시 인연이 됐던 모바일 광고 전문가 김태은 부사장과 합심해 2017년 국내에 거북선컴퍼니를 설립했다.

염 대표는 사업 초반만 해도 패션 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시장조사를 하던 차에 동대문 의류시장에 주목했다. 일주일에 6일, 한 달 평균 25일 이상 주문 거래가 지속되고 3일이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전통적인 동대문의 거래 방식에서 어려움을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도매와 소매, 도매와 소매를 잇는 사입 사업자 간의 소통 방식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만나서 거래하거나 유선상으로 연락을 취해야 했고, 수기로 주문서를 작성해야 했다. 사업자 간 업무 시간대가 달라 주문 한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데 까지 2일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도매 사업자의 경우, 다수의 소매 사업자와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어떻게 하면 도매, 소매, 사입 사업자끼리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 회사는 베타 테스트를 거쳐 동대문 키 플레이어 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동대문 B2B 거래 플랫폼 ‘터틀체인’을 2018년 출시했다. 소매 사업자가 수기로 주문장을 사입 사업자에게 전달하면 도매 사업자에게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을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면 사입 사업자와 도매 사업자에게 주문 알림이 가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가 되는 방식이다.

배송지연, 물건 분실, 배송 추적, 반품 등 진행 상황을 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2~4시간 정도 소요되는 주문 절차를 5분 이하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 사업자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주문 양식을 일원화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일반 주문, 교환, 반품, 반송, 미송, 장끼, 입금 등 기입 정보들도 모두 달랐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설정해 데이터화 했죠.”

염 대표는 오프라인 환경의 도매, 소매, 사입 사업자의 역할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고 말을 이었다. 특히 사입 사업자가 플랫폼 안에서도 원래의 역할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입 사업자는 배송 외에도 도매와 소매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할 수 있다. 최신 트렌드를 소매 측에 공유할 수도 있고, 도매 측 입금 이슈가 있을 때 해결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카페24 앱스토어에 입점 후 오픈 API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을 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확대했다. 입점 이후에 별도의 영업 없이도 서비스 사용 신청은 물론,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8천 여 도매상이 입점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월 거래액 100억원을 넘었다.

이 호사는 올해 모바일 플랫폼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각 사업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기능을 반영해 ‘터틀체인 모바일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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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대표는 최근 은행권과 핀테크 관련 협업을 통해 동대문 상인들을 위한 단기 대출상품이나 결제 시스템 개발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향후 주문, 결제, 금융 서비스가 터틀체인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점차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동대문 의류시장이 수십 년에 걸쳐 명맥을 이어가며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의류 생산기지의 역할을 넘어 마켓플레이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해외에서 사랑받는 K스타일의 전초기지로서 역할도 기대하고 있죠. 이 안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들로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