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류현경의 믿음.."나 자신 믿어, 연기 관둘 생각 없죠"(인터뷰)

고승아 기자 2020. 2.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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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주)랠리버튼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데뷔 24년 차에 접어든 배우 류현경(37)이 지난해 드라마 '닥터탐정'와 단편 드라마 '히든' '남편한테 김희선이 생겼어요'로 만난 데 이어 2년여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독립영화인 '기도하는 남자'에서 정인으로 분한 류현경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기도하는 남자'(감독 강동헌) 주연 정인을 맡은 배우 류현경은 취재진과 만나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일 개봉한 '기도하는 남자'는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태욱(박혁권 분)은 설상가상 아내 정인(류현경 분)으로부터 장모(남기애 분)의 수술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각기 다른 선택 속에서 처절한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류현경은 "너무 흥미진진했다. 시나리오가 무거운 소재인데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더라. 감독님도 (영화가) 독특하게 흘러가게 촬영하셔서 재밌었다 며 "처음에 시련과 고난이 계속 닥치니까 어떻게 흘러갈까 했는데 부분간의 애틋한 정과 정인 역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가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나가는 걸 보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뉴스1

태욱을 맡은 박혁권과 부부 호흡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 때문인지 두 사람은 극 중에서 많이 만나진 않는다. 특히나 태욱의 신념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경제난을 겪는 모습이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류현경은 "스태프들도 반발했다. 하하. 정인이가 뭐가 모자라서 저러고 있냐고 그러더라. 그래도 정인이가 기본적으로 태욱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에 빠진 상황에서, 태욱을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뇌 아닌 세뇌 아닐까. 저는 정인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저에 대한 믿음이 컸다. 저 자신을 믿기 때문에, 실제로 정말 힘든 상황이 됐을 때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래서 이 직업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고깃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아무도 저인지 몰랐다더라. 제가 아역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연예인에 관심이 없더라. 그래서 마음을 버리면 쉽게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구나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박혁권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선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보고 그랬는데 작품에 쏙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서 같이 연기하고 싶었다. 사실 실제 만나는 신이 별로 없어서 둘이 따로 일하고 있다가 만나니까 애틋하더라. 엄청 배려해주시고 상대방 심리를 잘 파악해 주셔서 놀라웠다. 다음에 길게 오래 만나는 역할로 만나고 싶다. 실제 코미디감이 좋으셔서, 코미디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도 없으시고 독특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분이다"라고 밝혔다.

(주)랠리버튼 © 뉴스1

특히 정인은 엄마(남기애 분)와의 관계가 더욱 특별하다. 아픈 엄마를 두고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할지 전전긍긍해 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별다른 말도 못하고 그저 꾹 참는다.

이에 류현경은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지도 못하고, 속을 다 털어놓지도 못하고 엄마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간에 말할 수 없는 그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감정소모도 힘들었다. 그래도 너무 젖어 있을까 봐 현장에서는 더 재밌게 했다. 더 상황에 몰입하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서 배역에 젖어 있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류현경은 "엄마가 신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대단하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내가 만약 자식을 낳으면 매일 저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그래서 힘든 일 있으면 엄마한테 얘기하고, 의지하고 그런다. 엄마는 그럼 제게 득도한 것 처럼 답을 준다. 안정을 주는 것 같아서 힘든 것들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도하는 남자'는 개척교회 목사라는 종교인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냐고 묻자, "저는 사실 불교다. 불교철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목사가 아닌 감독님의 개인적인 얘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감이 가는 얘기라고 하시더라. 그거에 대한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고 하셨고, 대본을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교회를 다니시는 분이 오히려 한국 기독교의 이런 부분을 꼬집어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더라. 그리고 어떤 분은 크게 종교색을 띠고 있지 않아서 좋았다고 했다. 생각하는 것만큼 종교가 있건 없건, 논란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랠리버튼 © 뉴스1

류현경은 고난을 겪으며 보편적인 딜레마를 고스란히 그려낸 '기도하는 남자'가 인간적이라 좋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작품을 선택 받는 입장이 더 크지만, 제가 선택하는 선에서는 인간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 냄새 나는 걸 하려고 하고, 연기도 그렇게 하려고 지향한다"면서도 "그런데 최근에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Killing Eve)를 봤다. 킬러가 재밌어보였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끝으로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냐는 질문에 "관객분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고 갔다고 하더라. 저는 그 감정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말하지 않아도 연결돼 있는 걸 느꼈다. 그 평이 감사했고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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