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제발 연락하지 마세요" 직장인 휴일 업무 연락 논란

김수완 2020. 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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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6% '근무시간 외 업무연락 받은 경험 있다'
주말·연차 등 휴일도 업무처리
전문가 "근로자 휴식권 침해 막기 위해 각 기업사정에 맞는 규율 만들어야"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주말엔 제발 연락하지 마세요."

3년 차 직장인 A(29) 씨는 최근 휴일에 직장 상사에게 업무 관련 연락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쉬는 날 직장상사가 업무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심지어는 휴가 날에도 업무처리를 해달라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A 씨는 "주 52시간은 있으나 마나다"라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쉬는 날엔 일 생각 안 하게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에도 근무 시간 외 업무압박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른바 꼰대 문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꼰대 문화란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서열 문화를 뜻한다.

전문가는 스마트 기기 발전에 따라 일과 생활의 경계가 분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인이 지난 2018년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업무 강박증'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근무시간 외에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퇴근 후에도 연락은 받은 이유로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불안해서'(47.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업무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40%),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 것은 당연해서'(32.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직장인 33.6%는 '주말이나 연차 등 휴일에도 집에 업무를 가져가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또 평균적으로 주 2회 정도는 퇴근 후에도 업무 연락이 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주52시간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52시간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 B(26) 씨는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되는 휴가도 눈치 보고 쓰는 처지인데 퇴근 후라고 자유로울 수 있겠냐"라며 "꼰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쉬는 날에도 일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 꼰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C(28) 씨도 "우리 회사는 퇴근 후나 휴일에도 일이 있으면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라면서 "부당하다고 느껴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혹시 불이익을 당할까 봐 다들 몸을 사린다"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D(32) 씨는 "본인 업무를 제시간에 못 끝냈으면 퇴근 후라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며 "요즘 워라밸을 찾는 청년들이 많다고 하는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끝내고 권리를 주장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무는 내팽개치고 권리만 챙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의 경우 근로시간 외 업무 연락에 대해 법으로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법을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법제화하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로시간 외에 이메일, 메시지 등 전자 커뮤니케이션 등을 차단하는 등 인간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로그오프법'(Log Off·엘 콤리 법)은 디지털 시대에 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근로 및 노동법 간 상호조화를 위해 '재량 근로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7년 1월1일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노동법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안티 스트레스 법'(Anti-Stress-Verordnung Entwurf)을 시행해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전문가는 근로시간을 마치고 퇴근한 이후에도 업무상의 연락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근로시간 외 업무 연락 금지 및 출퇴근기록 의무제 연구'에서 "디지털시대가 만들어 내는 24시간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황은 실근로시간의 증가, 근로시간 외 연락으로 인한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 인격권 침해가 발생한다"라며 "업무 시간 외 빈번한 업무 연락을 통한 근로자의 휴식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사가 각 기업의 사정에 맞는 규율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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