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1번 환자 "내가 아닌 보건소에서 진료 거부했다"

전준호 입력 2020. 2. 21. 20:03 수정 2020. 2.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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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와 통화서 “부도덕 지탄 억울하다”호소

“청도대남병원 간 적 없어, 어디서 감염됐는지 몰라”

신종 코로나 31번째 확진자가 1일 경북 청도군 한 찜질방과 대구 앞산의 한 식당에 긁은 체크카드 영수증. 최근 청도에는 이날만 다녀왔다는 그는 오후 6시27분에는 찜질방 2명분 2만원, 10시28분에는 식당 음식값을 계산했다. 31번 확진자 제공

“의사소견서를 보여줘도 보건소 의료진 모두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해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집단감염 사태의 중심으로 지목받은 31번째 확진자(61)는 21일 전화통화 내내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자신을 부도덕한 감염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세상에 억울함을 쏟아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 검사를 거부한 적도, 첫 사망자와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간 적도 없는데 2회나 검사를 거부했다고 손가락질을 받았고, 대남병원을 다녀간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세상에 할말을 잃었다는 투였다.

교통사고로 7일 대구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그는 14일 폐렴 판정을 받았으나 이날 신종 코로나 검사 권유는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2차례 권유했다는 것이 역학조사 결과다.

병원 측은 17일 다시 CT를 찍은 후 “큰 병원으로 가라. 신종 코로나도 의심되니 검사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병원 측은 검사받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는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편이 이러저리 알아보더니 경북대병원이나 수성구보건소로 가보라고 해서 1339 전화를 돌려보곤 수성구보건소로 갔다”는 그는 “보건소 현관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1층 민원실을 거쳐 2층으로 오라고 해놓고는 ‘검사할 수 없다’며 돌아가라고 했다”고 했다. 의심환자에게 선별진료소 방문을 권유해야 할 보건소가 처음부터 매뉴얼을 어긴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간호사는 “폐렴이라고 다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고 “한방병원 의사소견서를 떼오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해도 “내가 전화받지 않았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옆방의 의사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으면 신종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다”며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버틴 끝에 의사가 컨테이너 박스로 된 1층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기다리라고 해놓고 30분을 더 기다리게 했다. 검사는 5분 만에 끝났다.

31번 확진자는 “의료진이 옷 갈아입는데 30분이 걸리는 걸 보고 ‘귀찮아서 그냥 가라고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롱환자’라는 말에도 속상해했다. 그는 “입원 후 교회에 일요예배 2번 본 것과 ‘아플 땐 많이 먹어야 한다’는 친구 따라 호텔 뷔폐에 갔다 온 것이 전부”라며 “몸도 안좋은데 어떻게 11일 청도에 봉사활동을 다녀올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가 청도에 다녀온 것은 이달 1일 한 번 뿐이라고 했다. “대구 달성군 가창에서 친구와 커피 마시다가 오후 6시27분 찜질방 들어갈 때 체크카드 긁었다. 2시간 정도 있다 대구 앞산에서 밥 먹고 나올 때가 10시28분이다. 카드 긁은 시간 나와서 안다”는 것이 청도를 다녀온 전부라고 했다.

“일반 신도에 불과한 제가 총회장 형님 장례식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는 그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주일 예배가 전부고 봉사활동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의혹이 커지는 동안 당국은 31번 확진자의 청도 연관설을 방치했다.

그는 자신의 감염경로에 대해 회사 본사가 지목되는 것을 두고 “지난해 12월 새이름으로 발족한 본사 직원 중 아무도 감염된 사람이 없다”며 “지난달 29일 다녀온 서울 본사를 감염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방병원 확진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피 뽑는 분과 밀접하게 지냈는데, 오히려 CT 찍는 분이 신종 코로나에 걸린 것을 보곤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그는 “감기 증세가 있던 그가 CT 찍으면서 옮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색소폰도 불 정도로 폐활량도 큰 편이어서 폐렴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그는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모르지만 확진 소리를 들을 때는 까마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신천지 교회 전국 확산 책임론에 소극적이었다. 교회 예배를 통해 확진자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데도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 탓만 하는 한계를 보였다. 좀 더 빠른 검사 후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했다면 확진자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여전히 남는다.

그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가 계속되면서 20일에는 진짜 몸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좋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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