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로저 스톤 구하기'에 차질 생기나?

전홍기혜 특파원 입력 2020. 2. 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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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편들어준 바 법무장관 사퇴 요구 빗발쳐

[전홍기혜 특파원(=워싱턴)]

 

트럼프 킹 메이커 로저 스톤은 누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로저 스톤의 창조물이다."(뉴요커 기자 제프리 투빈)

뉴욕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1987년부터 대통령 출마를 종용했던 이가 미국에서 '더러운 사기꾼', '가장 비열한 정치컨설턴트'라는 평을 받는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킹 메이커 로저 스톤>에서 스톤은 "철저한 무명보다는 악명이 낫다.(It's better to be infamous than never to be famous.)"는 말을 '스톤의 법칙'으로 꼽았다. "정치는 못 생긴 사람들을 위한 쇼 비지니스"라고 말하는 스톤이 추구하는 정치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이기고 권력을 쟁취하는 게임이다.

스톤은 자신의 등에 닉슨 전 대통령 얼굴을 문신으로 새길 만큼 닉슨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서 일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19세에 불과한 나이에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스톤은 '워커게이트 사건의 최연소 연루자'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2016년 대선판으로 끌어들인 '자석' 역할을 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된 각종 흑색 선전 등의 배후도 모두 로저 스톤으로 알려졌다. 로저 스톤은 직접 거리 유세에서 클린턴 부부는 사실상 "범죄자"이며 이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주류 언론이 클린턴을 감싸고 있다며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외쳤다. 2016년 대선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린 선거로 평가 받았으며, 현재도 트럼프 정치의 특징 중 하나가 상대에 대한 비난과 대립이다.

<킹메이커 로저 스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톤에 대해 "그를 '더러운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자질이 충분하며 좋은 사람"이라며 "그는 미디어를 너무 잘 이해하고,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잘 안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며, 그에 매우 능숙하다"고 극찬했다.

▲로저 스톤 ⓒ CNN 화면캡처

스톤, '러시아 스캔들' 관련 7개 혐의로 기소...트럼프, 노골적인 재판 개입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내면서 성공한 '킹 메이커'가 됐지만, 스톤은 2016년 대선 관련 의혹에 연루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은 작년 1월 스톤을 기소했다. 뮬러 특검은 스톤에게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해킹 사건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 등 공무집행 방해 1건, 위증 5건, 증인 위협 1건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

"아무 것도 인정하지 말라. 모든 것을 부정하고 반격하라"는 그의 또다른 정치 신조에 따라 스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특검 수사에 대해 "희대의 마녀사냥"이라며 스톤을 두둔하고 나섰다.

특검이 스톤을 정조준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스톤을 감싸고 나선 것, 모두 '트럼프 창조자'로서 스톤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스톤이 입을 열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탄'이 될 만한 발언이라는 사실을 뮬러 트검, 트럼프 대통령 모두 잘 알고 있다. 물론 스톤은 FBI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됐다가 보석금 25만 달러를 내고 석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가 되는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톤에 대한 재판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로 스톤 재판 담당 판사(에이미 버먼 잭슨 연방 판사)에 대해 '정치 편향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판사가, 폴 매너포드를 독방에 넣은 사람이냐”며 "그녀가 부정직한 힐러리 클린턴을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하다. 그냥 묻는 것이다!"라며 스톤의 재판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폴 매너포드는 로저 스톤과 함께 '블랙, 매너포드&스톤'이라는 정치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던 정치 컨설턴트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었다.

'트럼프 방패막이' 바 법무장관, 사퇴 요구 빗발쳐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지난 11일 스톤의 구형량을 줄여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나서면서 커졌다. 바 법무장관은 재판에서 스톤에게 검사들이 징역 7-9년을 구형하자 이를 낮추려고 했고, 사건을 맡았던 검사 4명은 이에 항의해 전원 사임했다.

바 장관의 이같은 처신에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하는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트윗 소원수리'를 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사태 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보좌'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 장관에 대한 비판은 현실적인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 연방검찰을 포함한 전직 법무부 직원 1100여 명은 16일(현지시간) "바 장관의 행동은 미 법무부의 청렴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평판을 훼손했다"며 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현재 2000여 명이 넘게 서명에 동참했으며, 민주당만이 아니라 공화당 정권에서 일한 관리들도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에 대한 최종 선고는 20일로 예정돼 있으나, 논란이 크게 불거지면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홍기혜 특파원(=워싱턴)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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