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대표에서 정치 뛰어든 이용우 "책임도 묻는 네거티브 규제로"

2020. 2. 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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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영입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금지된 것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대신 징벌적 배상으로 책임 지우는 경제 생태계 꿈꿔"
조기 퇴사로 '100억~200억' 규모 카뱅 스톡옵션 포기
"아들한테 권할 만한 직장 없는 사회 물려줄 순 없잖아요?"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7번째 영입인사로 4·15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015년 ‘카뱅 1000만 가입자’를 이끈 금융 전문가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이용우(55)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7번째 영입인사로 4·15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업계의 우려를 극복하고 2015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은지 2년만에 흑자 전환을 실현하고 ‘1000만 가입자’를 이끈 인물로, IT와 금융을 융합해 공인인증서 폐지 등 금융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영입되면서 그는 퇴사를 했다. 동시에 올해 말이면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52만주 스톡옵션(액면가 26억원)을 포기해야 했다. 상장 시 차액 추정치는 약 100억∼200억원 규모라는 게 민주당 쪽 얘기다.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이 전 대표는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입학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입사한 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를 지낸 전략·투자 분야 베테랑이다.

20여년 동안 금융권에서 성공한 경영인이, 그것도 거액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그를 만나 먼저 그 문제부터 물었다.

ㅡ국회의원이 돼서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왜 정치에 나섰나?

='정치를 하려 한다'고 말했더니 아내가 '한마디로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 이렇게 답했다.

"우리 아들에게 권할 만한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줄 수 없잖아?"

4차산업혁명 등으로 세상은 상당히 많이 변하고 있는데 우리같은 기성세대는 잘 모른다.

창의성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른바 대기업에 들어가 틀에 갇혀서 4~5년 지나고 나면,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혹은 그런 젊은 사람이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아이디어가 조금 괜찮으면, 대기업이 살짝 바꾸거나 몰래 베끼고,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보상도 못받고 창업에 실패한다.

이건 나같은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이다. 이런 사람들이 도전하기 쉽게 경제 생태계를 바꿔줘야 한다.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자신들만 살아남으려는 사회, 젊은 친구들에게 창업을 권할 수 없는 사회, 도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어 우리 아들딸들이 공무원이 되기만 바라거나, 공기업만 바라보는 사회, 미래가 보이지 않아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사회…, 이걸 물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ㅡ그런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해도, 막상 금융인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건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다. 오랜 꿈이었다거나?

=1993년 국회의원 보좌관을 그만둘 때 아내가 절대 정치는 하지말라고 했다. 나도 안 하겠다고 했다. 누가 봐도 고생만 하고, 프라이버시도 다 노출되지 않나.

이용우 전 대표는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 퇴사 후 장재식 당시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정책보좌관을 1년3개월 동안 한 이력이 있다. 장재식 전 의원의 아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대학 동기다. 곧, 친구 아버지 곁에서 정치를 경험했던 셈이다.

무엇보다 정치를 하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첫째는 남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되는 어느 정도 부가 있어야 한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든다. 그러다 보면 이해관계에 묶여 자기 목소리를 못 낼 수 있다. 둘째는 어느 분야를 디테일하게 아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방향이 옳아도 디테일에 문제가 있으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20여년 동안 연구소와 기업을 경영하면서 두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채워진 것 같다. 우선, 최근엔 정치자금법 덕에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카카오뱅크를 하면서 감독당국에 가서 (규제와 제도 등을) 바꿔야 한다고 설득할 정도로 경험을 쌓았다. 규제를 보면 어떤 건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고, 어떤 건 더 강화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를 쌓아두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역할을) 누군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새로 뛰어든 사람들의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정했다.

ㅡ카카오뱅크 스톡옵션 52만 주를 포기했다. 영입 기자회견 때 "사회적 공물(公物)은 공물이고, 정치는 헌신인데 봉사할 기회가 온 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원래 스톡옵션을 받을 때도, 집사람과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게 있기 때문에 우리 몫이 아닐 것 같다. 실행이 되면 사회적으로 쓰자'고 합의했다. 그래서 결정하기 더 쉬웠다.

나는 그동안 혜택을 많이 받았다. 국립대에서 싼 등록금으로 공부했고, 회사 생활에서도 30대 후반에 임원으로 동원증권에 갔다. 그만큼 사회에 빚을 졌다. 기득권이나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일조하는 게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회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오고 있었다. 이번에 기회가 온 것이다.

ㅡ경기 고양정, 부산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에서는 "영입 인재는 지역구 출마를 우선 고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역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경제와 금융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 정무위에서 일하면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나 금융이 한 지역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비례대표를 좀 더 보고 있다.

(지역구에 대해서는) 나와 전혀 상의한 바가 없다. 당도 당의 사정이 있으니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근데 세상 일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되는 건 아니니까 모르는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 영입된 경제·금융 전문가들이 비례대표로 당선돼 기재위나 정무위 등에 포진하는 것은 총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 18일 현재 국회 정무위 홈페이지를 보면, 재무 관련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창업해 이끌었던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부총장 및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익대 경영대학장 및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소속해 있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 영입 인사가 지역구에 출마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NHN게임즈 대표와 웹젠 의장을 역임한 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김병관 의원은 경기도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당시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보다 4년 전인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영입된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출신 전하진 전 의원은 성남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앞서 2004년 17대 총선 때는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카드 회장을 역임한 이계안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에 영입돼 서울 동작구을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인재영입 7호인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에게 당뱃지를 달아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ㅡ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혁신금융이나 새 플레이어를 들어오게 하는 전반적인 방향은 맞다. 그런데 자꾸 디테일에서 부족하다. 최근 벌어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원인은 박근혜 정부 말 규제를 완화하면서 디테일을 챙기지 못해서다. 만약 펀드런 사태가 발생하면 환매를 중단하고 (자산을) 균질하게 팔아서 가입자들이 동일하게 환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면서도 자펀드 등에 대한 운용규칙을 디테일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작년 말 정부가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3억원으로 다시 올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많이 힘들어졌다. 3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DLF, 라임 사태는 문제를 일으킨 플레이어가 살아남을 수 없도록 강력한 처벌을 했어야 한다. 잘못한 놈을 솎아내야지, 규제를 다 올리면 선량한 플레이어들이 생존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독일 채권금리 등과 연계된 DLF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모두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DLF는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속이고 판매하는 불안전판매 혐의가 제기됐고, 개인투자자들이 3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에선 약 1조원의 손실이 났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간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했고, 투자한 모펀드에서 손실이 났어도 펀드를 계속 팔았다.

ㅡ금융관치라는 단어에 동의하나?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데, 금융위는 정책상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관치라는 얘기가 나온 건 구체적인 행위까지도 지시해서다. 야구에서 공 던질 때, 자세가 모두 다른데 각도를 '45도로 던져라' 이런 건 하면 안 된다.

또 심판이 자꾸 플레이어가 되려고 하면 시장 규칙이 무너진다. 나는 시장주의자다. 시장이 할 건 시장이 해야 한다. 정부가 마중물을 제공할 필요는 있지만, 빨리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서 플레이어로 뛰는 건 심각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제로페이에 안 들어가 있다.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본 것 같았다. 신용카드를 건네는 게 제로페이 앱을 켜서 결제하는 것보다 더 쉽다. 그러면 (제로페이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카드사가 이미 캐시백, 마일리지를 주고 있다.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 만으로 이용자들이 (카드에서 제로페이로) 결제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ㅡ네거티브 규제로 전환과 징벌적 배상을 이루겠다고 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정보통신혁명 시대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산업이 등장하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서 기존 방식과 눈으로 보면 모두 다 위법이거나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재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고 나머지는 다 하라는 거다. 대신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그 책임이 징벌적 배상이다.

미국의 세금 신고를 예로 들어보자. 세금을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절세하고 싶고, 심지어 안 보이면 탈세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미국에선 개인이 국세청(IRS)에 세금신고를 잘못했다 걸리면, 은행계좌 개설이 막혀서 경제생활을 못하게 되기도 한다. 처벌을 세게 해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만드는 거다. 선거에서 금품수수한 금액의 100배를 내게 하면, 서로 주고받지 않을 것이다. 징벌적 배상은 이런 개념이다.

ㅡ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뜻인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려면 강화할 규제와 철폐할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 막연히 규제 완화를 말해서는 곤란하다. 규제는 담당관료와 그에 의해 보호받는 주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새 이슈가 나오면 이에 대한 규제가 추가돼 규제가 산처럼 쌓인다.

규제 담당관료와 규제대상 중에 누가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나? 과거 정보의 비대칭성 구도에서, 주도권이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제한된 정보, 그것도 민간에서 선별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민간이 알아서 하게 두면 된다. 그런 후 문제가 되면 그 책임을 막중하게 지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데이터 3법은 반대하는 측면에서 보면 '잘못됐을 때 책임을 어떻게 할 거냐'가 미흡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처럼 솜방망이 징계만 하면 기업이 주의하지 않는다.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문제가 일어났을 때 징계가 강해야 기업이 데이터를 조심해서 다룬다.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받으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훨씬 조심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규제완화와 징벌적 배상이 같이 가야만 영미식 네거티브 규제체제로 전환된다. 그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그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과실만 얻으려는 것이다.

ㅡ많은 이들이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말하지만, 한국 법의 근간은 대륙법 체계라 포지티브 규제로 이루어졌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바꾸려면 매우 어렵다.

=쉬운 일은 아니다. 네거티브 규제, 징벌적 배상은 사법체계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상법, 형사소송법 등 일부 법이 아니라 법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걸 한 번에 할 수는 없다. 정보가 심히 비대칭적인 상황에선 피고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조금씩 바꾸자. 우리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원고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인 환자 혹은 환자가족이 병원의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정보가 적은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사의 잘못을 밝혀낼 확률은 낮다.

입증 책임을 환자에서 의사로 바꾼다면, 의사는 '이 치료 말고 다른 최선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이거 해봤자 들킬 것 별로 없다'와는 다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서도 그게 필요하다. 복잡한 파생상품일 경우 소비자가 금융사의 과실을 어떻게 입증하나.

'기존 제도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못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영역만 한번 해보자'고 해야 한다. '저거 엄청 커서 못 옮겨'가 아니라 하나씩이라도 시도해야 고쳐진다.

규제 샌드박스는 이걸 좀 하자고 시작한 거다. 근데 여전히 관료주의적 심사방식이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어렵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해보되 잘못되면 너 책임이야' 그러면 훨씬 더 조심한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최초로 운영체제(OS)에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도입했다. 처음에 금융감독원에서 한 말은 "전례가 있냐",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거냐"였다. 우리는 "저희가 책임지는 거예요. 은행 망하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하는 게 누구도 쉽지 않을 거다.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되면서 퇴사를 했다. 동시에 올해 말이면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52만주 스톡옵션(액면가 26억원)을 포기해야 했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ㅡ블록체인은 어느 정도 알고 있나?

=깊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 어떤 규제 환경인지는 좀 아는 편이다. 2년 전에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블록체인 소위에서 자문위원을 했다. 법규와 정부, 금융권, 블록체인업계의 입장을 팔로우업하고 있다.

작년, 재작년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시장이 어떻게 생겨날까? 증권거래소도 자율규제가 있다. 상장하려면 요건을 갖추고 잘못하면 책임지는 과정을 거쳤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연합해서 최소한의 자율규제를 만들고 신뢰를 얻는 행동을 했어야 한다. 이상한 백서는 선별했어야 한다. 돈(중개 수수료)을 받는 건 그만큼 책임을 지는 거다.

정부가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잘 못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그걸 안한 채 '이거 좋은 거야. 왜 알지도 못하면서'로 접근하는 건 협박이다. 증권거래소는 증권을 예탁결제원에 보관하는데, 코인은 거래소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걸 어느 정도 책임지면서 '우리가 보험들게요'하면서 했어야 했다.

ㅡ페이스북 리브라, 중국 CBDC 등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관심이 크지 않고, 신뢰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표하면서 글로벌화폐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니까 정부당국은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거다.

'우리 영역 아니야'라고 두는 순간 이걸 놓쳐버리면 나중에 규제하거나, 풀어야 할 때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가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

개념상으로 가상화폐의 출발은 탈중앙, 무정부주의다. 글로벌하게 중앙이 없어야 하는데 페이스북이 중앙을 하겠다고? 그래서 더 관심있게 보는 거다. 계속 팔로우업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연구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ㅡ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미래의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나?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안 된다'가 아니라, 생기면 거기에 맞춰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런 것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확률로 따지면 로또를 왜 사나? 근데 사람은 그렇게 움직인다. 시장의 속성은 그런 거다. 없다는 얘기를 할 필요 없다.

원래 제도는 현실을 못 따라간다. 옛 규제로 '돼 안돼'를 판단하기보다는 '해봐라. 근데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로 가야 한다. 그럴수록 관료가 개입할 여지가 적어진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contact@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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