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인터뷰③] 황선홍이 말하는 2002년과 2부 대전을 택한 이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20. 2. 16. 06:04 수정 2020. 2. 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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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이자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인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그리고 감독으로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2013년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과 2016년 FC서울의 K리그 우승을 이끈 황선홍(52)이 돌아왔다.

2018년 4월 서울 감독직을 떠난 후 거의 2년만에 다시 K리그 무대로 돌아온 황선홍은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에서 하나금융그룹을 모기업으로 재창단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경남 남해에서 개막 2주여를 남기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전팀을 지도 중인 황선홍 감독을 만났다.

1편에서는 황선홍의 선수시절과 감독시절 찬란하게 전설이 된 성공에 대해 얘기한다. 2편에서는 황선홍 감독의 선수시절 좌절과 비난, FC서울 감독으로의 실패에 대해, 3편에서는 그가 말하는 2002 한일월드컵과 박지성 등 후배들에 대한 얘기와 2부팀인 대전 하나 시티즌을 택한 이유에 대해 들어본다.

[황선홍 인터뷰①] 황선홍 “14년 대표팀 경력, 난 주전이 아닌적 없었다”
[황선홍 인터뷰②] 황선홍 “FC서울에서의 실패, 유연성이 부족했다”
[황선홍 인터뷰③] 황선홍이 말하는 2002년과 2부 대전을 택한 이유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황선홍과 옆에 있는 박지성. 스포츠코리아 제공

▶황선홍이 돌이켜보는 2002년의 기억 “난 단지 1승만 원했다”

1994 월드컵을 통해 ‘국민 욕받이’가 된 황선홍은 스스로 ‘최전성기’로 일컫는 1998년, 월드컵 직전 출정식 중국전에서 끔찍한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에 실패했다. 이렇게 끝나는가 했던 황선홍의 축구인생은 만 32세의 나이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2002 한일월드컵이 있었다.

“스스로 1998 프랑스 월드컵을 부상으로 결장하고 이렇게 내 축구인생은 허망하다고 느꼈죠. 2002 한일월드컵은 나이가 너무 들어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9년 일본 J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계속해서 기량을 유지하며 결국 거스 히딩크 감독 눈에도 들어 2002 한일월드컵을 꿈꿀 수 있었죠.”

홍명보와 함께 대표팀 최고참인 황선홍에게 2002 월드컵은 ‘책임감’이라는 단어로 기억된다. 황 감독은 “제가 2002년까지 14년간 축구대표팀 생활을 했어요. A매치도 100경기 이상을 뛰었죠. 그리고 그동안 늘 주전이고 마지막에는 최고참인데 3번의 월드컵동안 단 1승도 하지 못했었잖아요. 한국 최고라고 했는데 월드컵 1승도 못한채 은퇴를 하게 된다면 이후에 후배들을 무슨 낯으로 보며, 제 축구인생 자체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월드컵 1승에 대한 간절함이 축구인생 막바지를 지탱하게 한 힘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물꼬를 터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골을 넣으면서 이기면 최고지만 제가 골을 못넣어도 제발 1승을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저와 (유)상철이가 골을 넣으면서 사상 첫 월드컵 승리를 따냈으니 참 꿈같았죠”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황 감독은 “단지 제가 골을 넣어서 기억에 남는게 아니라 그토록 염원하던 1승을 했기에 2002 한일월드컵의 모든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일 수밖에 없어요. 솔직히 폴란드전 이전에는 저희 팀 스스로가 ‘정말 될까?’하고 반신반의 했거든요. 하지만 폴란드전 승리 이후 ‘못해도 16강은 간다’는 확신의 기운이 있었고 기세를 타다보니 결국 4강까지 간 셈이죠”이라며 웃었다.

붕대투혼을 보여준 황선홍. 스포츠코리아 제공

▶황선홍이 말하는 2002 후배들 “지성이가 그렇게 클줄 몰라”

2002 한일월드컵은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같은 대표팀 베테랑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속에 박지성, 이천수, 차두리, 김남일, 송종국 등 어린 선수들과의 신구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4강 신화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어린 선수들은 이후 한국인 첫 EPL 진출(박지성), 스페인 라리가 진출(이천수), 레버쿠젠 입단(차두리), 네덜란드 리그 입단(김남일, 송종국 등), EPL 진출(이영표, 설기현) 등으로 세계 무대로 뻗어나갔다.

황 감독은 함께 선수로 뛰던 당시에 후배들이 그렇게까지 크게 성장할지 예측했을까. “솔직히 몰랐다”며 웃는 황 감독은 “저나 (홍)명보 같은 선수들은 ‘원래’ 대표팀에 있던 선수들이었잖아요. 히딩크 감독이 오면서 그 원래 있던 선수들 몇몇이 나가고 대학 출신 혹은 프로 신인의 어린 선수들이 들어왔는데 솔직히 ‘쟤들로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건 사실이예요”라며 말문을 뗐다.

이어 “그때만 해도 그 어린 선수들은 신체적으로는 매우 좋았지만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았거든요. 솔직히 같이 훈련하면서 ‘정말 잘한다. 잘하겠다’ 같은건 못 느꼈어요. 하지만 이후 그 선수들이 기술적인 면모와 월드컵 경험까지 갖추면서 쭉쭉 뻗어나가는걸 보고 새삼 히딩크 감독의 안목에 감탄했죠”라며 “(박)지성이 같은 경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간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정말 꿈 같은 곳 아닌가요”라며 흐뭇해했다.

대전에서 다시 뭉친 황선홍과 강철. 스포츠코리아 제공

▶"2부 대전을 택한 이유?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

1년 반이 넘는 의도치 않은 휴식을 가진 후 황 감독은 대전 하나 시티즌의 창단 첫 감독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 최고의 레전드이자 감독으로도 K리그 우승 2회에 빛나는 황 감독이 2부리그인 대전행을 택한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2부리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지 묻자 “전 전혀 관계 없다고 봤어요. 전 항상 팀을 맡을때는 그 팀이 가진 목표와 의지를 봐요. 방향성이 정확하다면 1부든, 3부든 상관이 없어요. 만약 K리그1에 있는 팀이라도 방향성이 없다면 전 택하지 않았을거예요. 대전이 2부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팀이었다면 역시 택하지 않았을거예요. 의지가 있는 팀이라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봤고 전 그런 도전은 충분히 즐겨요”라고 답했다.

“처음에 제의만 받았을때는 바로 결정하진 못했죠. 하지만 저도 일주일 정도 대전이라는 팀에 대해 알아보고 고위층을 만나 단순히 K리그1 승격이라는 목표를 넘어 아시아 무대 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의지를 내비친 것을 보고 ‘해보겠다’고 했죠.”

일각에서는 서울 이랜드가 창단 당시 단순히 승격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클럽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으나 성적이 나지 않고 모기업 사정으로 인해 투자가 줄어들며 최근 2년 연속 K리그2 꼴찌를 차지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행여 대전에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물론 저도 결과를 내줘야하겠죠. 오래 걸리면 안되요. 빠른 시간안에 승격을 해줘야 모기업에서도 계속 같은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봐요. 거기에 맞춰주는 것이 제 소임이자 제가 여기 있는 이유겠죠”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는걸 알아요. 2~3년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무조건 내줘야하고, 서울 이랜드 역시 그랬다면 아마 지금과는 결과가 다르지 않을까요. 결국 대전 역시 제가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내줘야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K리그2에서도 강하지 않은 팀이었던 대전의 스쿼드는 황 감독 부임 이후 많이 달라졌다. 황 감독 말에 따르면 베스트11 중 작년까지 대전에 뛰던 선수는 3~4명에 불과하다고.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시즌 초반 어려움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게 맞다고 봤다. 감독이 감내해야할 어려움”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황 감독은 대전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줄까. 오는 29일 경남FC와의 홈 개막전에서 공개하겠다며 말을 아낀 황 감독에게 대전의 축구에 대한 힌트를 요청했다.

“전 전지훈련 내내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한 관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어요. 적극적인 사고를 해야한다는겁니다. 예를 들어 투박하더라도 백패스 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축구를 하고 싶어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 있고 용기있게 축구하는걸 결국 팬들도 원할거라고 봐요. 전 볼점유율은 신경쓰지 않아요. 기술적으로 예쁜 축구보다는 투박해도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축구를 대전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있어요.”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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