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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산책]서울책보고 - 헌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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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공공 헌책방
동아·동신서점 등 29곳서 판매 위탁
아치형 통로에 물류창고 느낌
기증 고서부터 추억의 만화까지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도 유명…中·日 등 해외 여행사이트서도 소개

[인스타 산책]서울책보고 - 헌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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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한강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사이에 두고 중고 책방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헌책방이자 주변 주민들에게는 도서관이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서울 책보고'가 이번에 산책할 곳이다. 볼거리가 많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자 외관이 독특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주목하는 공간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책보고는 한가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하며 외출이 크게 줄어든 평일 오후여서 그런 듯 했다. 책을 골라 자유롭게 자리를 잡은 이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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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맨처음 발을 들인다면 물류창고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옛 암웨이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총 면적은 1465㎡.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로 나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왼쪽으로는 헌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오른쪽으로는 독립출판물을 볼 수 있는 공간과 무대 등 문화 공간이다. 13만권의 헌책이 꽂혀있는 서가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구불구불한 터널 같이 생긴 아치형 통로는 책 속을 파고드는 책벌레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서가 정리 방식은 더욱 특이하다. 장르별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일반 서점과 달리 그린북스, 글벗서점, 서적백화점 등 서점 이름별로 구분돼 있다. 그럼에도 도서검색대를 이용하면 원하는 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서가를 이렇게 구성한 까닭은 서울 책보고가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갈 곳을 잃은 영세한 헌책방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3월 개관했다. 이곳에 전ㆍ시판매되는 헌책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켜온 동아서점, 동신서림 등 29개 헌책방이 판매를 위탁한 것들이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매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판매 채널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수십 년 헌책방을 운영해온 책방 주인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서가에 담아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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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한 서가 아래 진지한 얼굴로 책을 읽는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잠실의 한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이 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종종 책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그 앞에는 대만에서 왔다는 한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지난해 tvN에 방영된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인스타그래머들 사이에서 인증샷을 찍는 장소로 떠오른 영향이다. 아이유의 열혈 팬이라는 대만인 관광객은 "드라마 속 장면이 예뻐서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왔다"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어 서적이 대부분인 헌책방에 외국인 관광객이라니. K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여행 사이트에도 '서울 여행에서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원형의 서가 양옆으로는 기증도서들이 꽂혀 있다. '한상진 심영희 교수 기증도서'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부가 분신처럼 아끼던 1만여권의 책들이다. 사회에서 받은 많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구매할 수는 없고 열람만 가능하다.

출입구 오른편은 독립출판물 도서관이다. 이미 절판된 도서부터 최신 도서까지 2000여권의 독립출판물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판매하지는 않지만 책인 듯, 책이 아닌 듯 특이한 디자인의 독립출판물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가 앞에는 책상과 의자를 배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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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사이로 블라인드북 서가를 볼 수 있다. 몇 가지 키워드나 글귀로 책을 추천해주는 랜덤박스들이 진열돼 있다. 불투명한 종이로 포장된 상자 위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글귀가 작은 메모지에 적혀 있다. 그중에서도 '치즈는 왜 프랑스에서 영웅적인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까?'라는 메모가 눈에 밟혔다. 치즈, 프랑스, 영웅 등 세 개의 단어에 푹 빠져 결국, 1만3500원을 주고 구입했다. 책을 사면서 이토록 설렌 적이 있나 싶었다. 박스를 풀어보자 니콜라스 할라즈의 '나는 고발한다', 기 드 모파상의 '모빠상 단편집',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살람보'가 들어있었다. 선뜻 책을 고르기 어렵다면 블라인드북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점 끝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공연과 바자회 등이 열리는 공간으로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린다. 최근에는 조정래 작가와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가 북콘서트를 열었다. 매달 열리는 문화 프로그램은 서울 책보고 공식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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