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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생태계 붕괴…OCI, 국내생산 포기

원호섭 기자
입력 : 
2020-02-11 17:55:49
수정 : 
2020-02-12 11: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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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3곳중 2곳 문닫고 1곳은 반도체용으로 전환
핵심소재 폴리실리콘 중국산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 OCI, 국내 태양광 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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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세계 3위 기업인 OCI가 국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다. 전기료와 인건비 등 국내 생산원가로는 중국과 벌이는 '폴리실리콘' 치킨게임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OCI는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원가 경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만 생산하기로 했다. OCI는 11일 "설비 보완과 설비 가동 규모 축소를 위해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OCI는 군산공장 3곳에서 연 5만2000t 규모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왔다. OCI는 20일부터 2·3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1공장은 태양광 대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으로 바꿔 5월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폴리실리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2·3공장 재가동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실상 국내에서 태양광 사업을 접는 셈이다.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과잉과 시장 악화로 지난해 영업손실 1807억원을 냈다. 분기로 따지면 2018년 4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093억원에 달한다.

김택중 OCI 사장은 이날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18년 109GW에서 지난해 125GW로 15%가량 성장했지만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며 군산공장 생산 중단 배경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2009년 이후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은 87% 하락했다"며 "원가 절감을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시장 가격도 반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매출은 2018년 기준 6778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21.8%에 이른다. OCI는 5월부터 1공장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장에는 1100여 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OCI는 향후 노동조합과 대화를 진행하며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GM과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OCI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군산 지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OCI는 국내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원가 경쟁력이 있는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연간 2만7000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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