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기생충> 황금종려상때는 논평 안 내고, 아카데미 4관왕하니?

임지선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을 기록한 이후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논평을 냈다. 한국당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당시엔 단 한줄의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지난 10일 “문화는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국민적 양식이며 산업”이라며 “세계 주류 영화계에 우뚝 선 한국 영화가 한류의 새로운 동력이 돼 세계 곳곳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황교안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냈다.

황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은 정치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며 “한국문화 최고의 쾌거이다.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고 <기생충>을 추켜세웠다.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봉준호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탭 그리고 불후의 명작을 남기느라 수고한 모든 관계자분들께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면서 “저는 오늘 다시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지금의 이 설레임과 감동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영화 <기생충>을 대하는 태도는 전날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한국당은 지난해 5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는 단 한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당들은 문화예술체육계에서 국제적인 상을 받으면 의례적으로라도 수상을 축하한다는 논평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한국당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수상을 축하한다는 발언도 사실상 없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봉 감독을 ‘좌파 감독’으로 ‘낙인’ 찍었다. 봉 감독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그의 영화 <설국열차>, <괴물> , <살인의 추억> 등도 ‘좌파 영화’로 분류됐다.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표한 백서를 보면,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김’, <괴물>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주입’한다고 평가해놨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생충을 봤느냐는 질문에 “아들이랑 주말반에 심야영화도 둘이 본다”면서도 “그런데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안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봉 감독의 영화를 언급하는 순간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블랙리스트’ 과오가 드러나기 때문에 일부러 언급을 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아카데미상 4관왕은 92년만에 아카데미상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가 4관왕까지 차지한 ‘쾌거’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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