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갈등의 산물".. 외신이 '기생충' 통해 본 한국 반지하

박민지 기자 입력 2020. 2. 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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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의 반지하에서 시작된다.

한국 정부는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하면서 반지하를 만들었다.

아사히는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가정에 기생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영화를 설명하면서 한국이 안고 있는 경제격차, 직업차별, 입시전쟁 등을 다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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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의 반지하에서 시작된다. 외신들은 이곳이 지닌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기사를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지하의 역사를 되짚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뉴시스

BBC는 30대 초반 오기철씨 거주지를 통해 반지하를 묘사했다.

“영화 ‘기생충’은 허구지만 한국의 반지하는 그렇지 않다.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와 빨리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빛이 거의 없어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수천 명이 여기에서 산다”

뉴시스

BBC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의 반지하는 젊은이 수 천명이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반지하는 가난하다’는 사회적 오명을 벗어내려는 분투가 있긴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윤택한 미래를 위해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오씨는 “한국에서는 멋진 차나 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한다. 내가 사는 곳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며 “지금 반지하에 살면서 나중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더 빨리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같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박영준씨는 “영화 ‘기생충’을 보니 가족의 몸에서 ‘반지하 냄새’가 난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 냄새를 맡고 싶지 않다”며 “지난 여름 수많은 향초를 태우며 제습을 했다. 영화는 반지하를 꾸미고 수리하는데 동기부여를 해줬다.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인 심민씨는 “나는 우리 집을 사랑한다”면서도 “영원히 이곳에 살기 위해 입주한 것이 아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잠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BBC는 반지하의 기원을 남북 갈등의 역사가 빚어낸 산물로 봤다. 우연하게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1968년 북한이 청와대를 습격했고 이 때부터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 정부는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하면서 반지하를 만들었다. BBC는 “한국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며 “반지하 공간을 거주지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위기가 찾아오면서 정부는 이 공간을 거주 시설로 합법화했다. 반지하가 치솟는 집값의 적절한 대응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날 ‘기생충-반지하의 가족’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서울의 반지하를 조명했다. 아사히는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가정에 기생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영화를 설명하면서 한국이 안고 있는 경제격차, 직업차별, 입시전쟁 등을 다뤘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촬영한 반지하 내부 사진도 대거 공개했다. 김용남씨는 “반지하 주택은 가난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그의 말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반지하가 지니는 함축적 메시지가 있다고 봤다. 남북 긴장 관계로 탄생된 반지하의 역사도 상세히 설명했다.

현재 반지하에 젊은이들이 몰린 이유는 일종의 유행으로 봤다. 한국 특유의 젊은 감성이라는 평가다. 이태원 등 인기를 모으는 여러 동네에 반지하를 개조한 카페 등이 성행하면서 반지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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