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이 거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을 예우해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국제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등 시상식 주요 부문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특히 작품상을 외국어 영화가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에 호명돼 세 번째로 무대에 올랐을 때,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지를 언급하며 감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1942년생인 마틴 스콜세지는 1967년 영화 '누가 내 문을 두드리나'로 데뷔, 영화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등 명작을 남긴 할리우드 거장이다.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때 영화 공부하며 계속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책에서 읽은 것인데"라며 한국어로 소감을 했고, 통역에 이어 "그건 바로 마틴 스콜세지"라며 영어로 마틴 스콜세지를 언급하며 손으로 그가 앉은 객석 쪽을 가리켰다.

순간 카메라는 관중석에 앉아 있던 마틴 스콜세지를 비췄고, 마틴 스콜세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봉준호 감독의 인사에 화답했다. 또한 객석 1층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영화계 종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틴 스콜세지를 향해 한참 동안이나 기립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고, 봉준호 감독에게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거듭 거장의 면을 세우는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또한 함께 감독상에 오른 다른 감독들도 언급하며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5등분해 나눠 가지고 싶다"며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패러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거장을 존중하며 자신의 유머감각까지 발휘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는 이날 '아이리시맨'을 들고 시상식에 참석했으나, '아이리시맨'이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아이리시맨'이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들어져서 시상식에서 홀대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장을 향한 헌사를 남긴 봉준호 감독의 영리함은 단연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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