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에 "고마워요 펠로시".. 알고보니 '조롱'

김태훈 입력 2020. 2. 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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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 일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의 공화당 내 지지율이 95%에 달했는데 이것은 기록"이란 자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사실 민주당이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추진할 때부터 미 정가에선 '양날의 칼'이란 말이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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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과 민주당 의원들 헛발질 덕분에 내 지지율 올라"

“고마워요, 낸시(Thank you Nancy)!”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 일부다. 낸시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가리킨다. 자신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를 주도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신년 국정연설 당시 연설문을 찢어버리기까지 한 펠로시 의장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맙다”고 했다니, 이제 비로소 앙금을 푼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신년 의회 국정연설이 끝난 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연설문 원고를 찢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 AP연합뉴스
답은 ‘천만의 말씀, 아니올시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의 공화당 내 지지율이 95%에 달했는데 이것은 기록”이란 자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공화당·민주당 지지자를 포함한) 전체 지지율도 53%로 전보다 9%가량 올랐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 나온다.

“부패한 민주당 정치인들 덕분에 내 지지율이 거짓 탄핵 사태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고마워요, 낸시!”

한마디로 민주당 우위의 하원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시도한 것은 치명적인 정치적 실수였으며, 그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는 뜻이다. “고마워요, 낸시”라는 인사는 “당신과 당신네 민주당이 헛발질을 했다”는 조롱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사실 민주당이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추진할 때부터 미 정가에선 ‘양날의 칼’이란 말이 나돌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 의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탄핵의 최종 결정권은 결국 상원이 쥐고 있는데 상원 다수당은 공화당이란 점에서 애초 ‘탄핵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 “고마워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라고 적었다. 실은 ‘당신의 헛발질 덕분에 내 지지율이 더 올랐다’의 비아냥의 뜻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민주당이 어차피 ‘꽝’이 될 게 뻔한 대통령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뜻에서 양날의 칼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결과적으로 탄핵 추진은 민주당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똘똘 뭉친 공화당 의원들의 ‘엄호’ 속에 탄핵안이 부결되며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럴 거면 굳이 통과 가능성도 없는 탄핵을 왜 추진했느냐”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직후 연설문을 찢은 행위도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에 대한 펠로시 의장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1년에 한 번 뿐인 대통령 국정연설 자리엔 각계각층의 미국인 시선이 쏠려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대령을 끝으로 퇴역했다가 100세 고령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명예 준장으로 진급한 흑인 공군 조종사도 현장에 있었다. 그런 엄숙한 공간에서 연설문을 찢은 행위는 보수층은 물론 중도 성향 미국인의 눈에도 좋게 비칠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을 ‘부패한 정치인’, 그들이 주도한 탄핵소추 시도를 ‘거짓’이요 ‘사기’라고 부르며 반격에 나선 상태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 사이엔 “탄핵소추 시도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보다 ‘득’이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탄핵소추 시도 이전에 비해 좀 더 높아졌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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