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일등석에 이코노미 기내식? 신종코로나 때문에..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잔뜩 기대를 한 채 일등석을 탔는데 기내식이 이코노미처럼 나와 너무 실망했습니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의 타오위안 공항에서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한 A씨는 식사 시간이 되자 깜짝 놀랐다.

이코노미 기내식처럼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인스턴트식 음식에 인스턴트 김 봉지 등 이코노미석과 비슷한 메뉴를 접한 것이었다.

음료수도 유리잔이 아니라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이 사용됐고 위스키도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됐다.

보통 일등석과 이등석 승객에게는 이코노미석과 차별화된 음식이 고급스러운 식기에 제공된다.

음식도 스테이크나 랍스터 등 고급스러운 메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일등석과 이등석 승객에게도 이코노미와 같이 일회용 식기에 제공된 것은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부터 중화권 지역 운항 노선에서 기내 감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내식 서비스 형태를 바꿨다.

음식도 처음부터 한국의 케이터링 업체에서 싣고 간 음식을 제공한다.

중국 등의 케이터링 업체 음식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 싣고 가 감염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했다.

이에 따라 일등석 기내식도 예외 없이 일회용 용기로 서빙하게 된 것이다.

내용물은 이코노미 기내식과 다소 다르지만 메뉴도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20개 노선을 운휴 중이며 10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이렇게 일등석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곳은 이 구간뿐만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 영향으로 홍콩과 대만, 몽골을 오가는 항공편도 같은 방법으로 서빙하고 있다.

또 중국을 운항하는 전 노선에서 기내식 서비스 시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됐고, 사용 후 물품은 비닐에 밀봉해 별도 처리하고 있다.

중화권 노선에는 오염 등을 우려해, 담요와 베개도 제공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승객들을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이 '안전조치임은 이해하나 그럼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며 난감해했다.

한 일등석 승객은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이유 중 하나는 하늘에서 즐기는 고급 식사 때문이었는데 큰 노력을 투자해서 마일리지를 모으고 일등석 발권을 했는데 음식의 질까지 낮추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아시아나는 중화권 기내식의 경우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일등석과 이등석 기내식에도 일회용 숟가락 등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내식이 안전하게 나온 것이 중요한 듯하다"면서도 "스테이크나 랍스터를 포장해 제공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전에 안내가 없었던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용기를 일회용품으로 바꾸다 보니 메뉴도 다소 축소됐고, 지속적인 접촉보다는 일회성 서빙으로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이해를 당부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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