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동남아 항공권 무료 취소해 달라"요구 폭주..여행사에 폭언

성연재 입력 2020. 2. 1. 11:00 수정 2020. 2. 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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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항공권까지 무료로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며 폭언을 하시는 분들까지 계시니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중국 등 중화권 여행상품에 대한 무료 취소 방침을 세우자 동남아 지역 항공권 예매자들까지 무료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 여행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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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글 올라온 뒤 괌·사이판 환불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동남아 항공권까지 무료로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며 폭언을 하시는 분들까지 계시니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중국 등 중화권 여행상품에 대한 무료 취소 방침을 세우자 동남아 지역 항공권 예매자들까지 무료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 여행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A 여행사의 경우 동남아나 괌, 사이판 등지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한 개별 여행자들의 항공권 취소 요구 전화가 하루 수백 통씩 걸려오고 있다.

심지어는 여행사로 찾아가 담당 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동남아 항공권을 취소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 부과 문제는 항공사와의 계약으로,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여행지의 경우 항공사 등에서 무료로 취소해주고 있지만, 동남아행 항공권의 경우는 아직 사례가 없다.

이 여행사 홍보담당자는 "주로 맘카페 등지에서 괌과 사이판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라는 소문이 퍼진 뒤 괌과 사이판 항공권과 호텔 예약에 대한 취소 요구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제도의 경우 지난 29일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에 대해 입국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예약 취소 요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개별 항공권의 경우 여행사가 대행 수수료를 받고 중개해주는 것일 뿐이어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항공권과 호텔의 경우 항공사와 호텔 측에서 정해 놓은 취소율이 적용된다.

B 여행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남아 지역 항공권 취소와 관련해 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고 있으며 폭언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항공권 취급이 많은 C 여행사는 동남아 등지에 대한 항공권 취소 요구가 하루 1천여 건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여행사 창구가 한산하다.[사진/한종찬 기자]

이 여행사의 한 이사는 "미국 독감으로 올겨울 8천200명이 숨졌다는 CNN 보도 때문인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 대한 항공권 취소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조금만 이성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통상 여행상품은 해외여행표준약관에 따라 예약 후 출발일로부터 남은 일자별로 취소 수수료가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 취소 수수료 면제 등은 여행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한 여행사 담당자는 "중화권 여행상품의 경우 구정도 반납하고 전 직원이 나와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여행사의 손해를 감수하며 무료로 취소해 드렸다"면서 "권한이 없는 동남아 항공권 취소까지 요구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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