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속살]신종 코로나 원인 '박쥐'..중국서는 '행운'의 뜻
동남아·중국 등 박쥐를 보양식으로 먹어
중국인, 박쥐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우한 폐렴 사태 후 '박쥐 요리' 뭇매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고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진 속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속설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요. 김 기자의 ‘속살’(속설을 살펴보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가 떨고 있다. 바이러스 원인으로는 ‘박쥐’가 지목됐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가오 푸 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의 한 해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들은 괜찮은 건가? 그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강하다. 비행할 때마다 체온이 40도에 이를 정도로 몸이 뜨거워져 열에 약한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다.
과학작가 제임스 고만은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쥐의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은 다른 포유류와 크게 다르다”며 “이러한 박쥐의 능력은 인간이 (박쥐를) 먹거나, 가축 시장에서 거래할 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쥐는 중국 외에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도 보양식으로 먹는다. 국내 방송에서도 박쥐 먹방을 소개한 적이 있다. 2017년 TV조선 ‘코리아헌터’에서 방송인 이상인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박쥐 요리를 시식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여성은 박쥐의 껍질을 벗긴 후 푹 삶은 다음 바삭하게 튀겼다. 인도네시아 남성들은 튀긴 박쥐를 치킨 먹듯이 먹었다.
또한 원시부족 바누아투 말말족도 박쥐 고기를 먹는다. 2012년 7월 SBS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과 출연진은 구운 박쥐 고기를 시식했다. 말말족 족장은 “박쥐 고기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박쥐가 흔한 요리 재료는 아니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박쥐를 튀기거나 통째로 삶아 탕으로 요리해 먹는다.
5마리의 박쥐는 오복을 뜻한다. 오복은 △수(壽, 오래 사는 것) △부(富, 부유해지는 것) △강녕(康寧, 건강하게 사는 것)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고 쌓는 것) △고종명(考終命, 죽음을 깨끗이 맞자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비슷하거나 같은 발음의 글자를 통해 행복을 기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박쥐 요리’ 부정적 인식 강해져
그동안 박쥐 요리는 특정 국가나 부족의 식용문화로 인정한 분위기였다. 중국 여행을 간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본 박쥐 고기를 기념사진으로 남기며 신기해 하기도했다. 하지만 박쥐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화난 시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과거 박쥐 요리를 먹었던 중국인들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왕멍윈(汪夢云)이라는 여성 블로거는 2016년 박쥐탕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가 최근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웨이보에 “(동영상을 찍었던) 2016년으로 돌아가 보자면 나는 바이러스에 대해 무지했다”라고 밝혔다.
김소정 (toyst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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