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두 번의 미지명과 투수 전향, '싸움닭' 박진우의 야구인생

배중현 2020. 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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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선발과 불펜에서 맹활약한 박진우. NC 제공
2019시즌 NC는 소득이 적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며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팀 성적만큼 개인 성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뉴 페이스'가 꽤 있다.

내·외야를 오가며 팀에 활력소가 된 김태진(25)과 양의지 백업으로 출전 시간을 늘린 포수 김형준(21)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사이드암 박진우(30)도 빼놓을 수 없다. 박진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승 7패 5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팀 내 투수 중 연봉 고과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걸어온 야구인생은 가시밭길에 가깝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졸업 후 나선 두 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낙방했다. 어렵사리 육성 선수로 NC 유니폼을 입었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두 번(2015·2017)이나 이름이 불려 팀을 옮겼다. 두산을 거쳐 다시 '친정팀' NC로 돌아오는 진귀한 경험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 나이는 계속 먹었다. 젊은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은 점점 사라졌다. 1년 전 이맘때에도 '박진우'라는 이름에 주목한 야구팬은 없었다. 빠른 공의 구속이 시속 140km도 나오지 않는 사이드암. 어쩌면 1군 경쟁력이 떨어져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핀포인트 제구를 앞세워 입지를 넓혀 나갔다.

선발(18경기 평균자책점 4.04)로 뛰다가 7월부터 불펜으로 포지션을 전환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다. 불펜으로 나선 23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0.50(36이닝 2자책점)일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박진우는 "그동안 힘든 일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시즌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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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2019시즌을 보낸 소감은.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풀타임을 뛰었는데 좋은 성적까지 거뒀다. 잊지 못할 시즌이다. (웃음)"

-7월에 불펜으로 전환해 선발로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 "목표는 선발로 풀타임을 뛰는 게 아니라 1군에서 풀타임을 보내는 거였다. 가을야구를 가자고 마음먹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니 만족한다."

-호투의 비결 중 하나가 적은 볼넷 허용(9이닝당 1.86개)인데. "안타를 맞는 것보다 볼넷 주는 걸 싫어한다. 타자랑 붙어서 상대하면 삼진을 잡거나 땅볼을 유도하거나 아웃 카운트를 늘릴 여지가 있지 않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주자가 걸어나가는 게 싫어서 마운드에 올라가면 강타자가 나와도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싸움닭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주자가 2, 3루에 있고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이면 (어렵게 상대해) 볼넷을 주기도 하지만, 주자가 없는데 볼넷을 허용하는 건 싫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이나 미지명됐다. 야구인생이 평탄하진 않다. "충격을 받기보다는 내 실력이 그 정도까지라고 받아들였다. 다행히 (대학 졸업 후에는) NC에서 육성 선수로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프로에 와서 더 이 악물고 했다."

-대학교 때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는데.

"고등학교 때는 주로 유격수를 맡았다. 수비는 자신 있었는데 타자를 하기에는 타격이 약했다. 졸업반 때 공교롭게도 팀에 투수가 별로 없었다. 상대 팀에 사이드암 투수가 있어서 배팅 볼을 우연히 사이드로 던져봤는데 감독님께서 부드럽게 잘 던진다고 하시더라. 제구력이 괜찮았다. 투수가 부족할 때는 실전도 뛰었다. 해보지 않은 거라서 재밌었고 대학교에 가면 정식으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입학 후 바로 투수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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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이드암을 선택한 이유는. "오버핸드 투수를 하기에는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사이드암은 희소성이 있고 제구도 갖춰야 해 선택했다. (투수로) 가능할까 생각도 했는데 4년 동안 준비 잘하면 되지 않을까 했다."

-2019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0.364→0.193)이 눈에 띄게 낮아졌는데. "원래 체인지업이 좋아 비중을 많이 뒀다. 그런데 후반기 불펜으로 들어가면서 (양)의지 형이 슬라이더 사인을 많이 내더라. 선발할 때보다 슬라이더가 좋으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믿고 하니 결과가 좋게 나왔다. 체인지업을 노리다가 던지지 않을 것 같은 슬라이더가 들어오니 타자들의 대처가 쉽지 않았을 거다."

-커브도 섞었는데. "2018년에는 변화구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투 피치였다. 커브까지 추가하면 타자들이 (수 싸움에서)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큰 각의 변화구가 필요했다. 조금 더 연습해 경기 때 더 많이 쓸 계획이다."

-사이드암인데 도루 허용(2019시즌 도루 허용 7개)이 많지 않다.

"빠른 주자가 나가면 타이밍을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세트포지션에 들어가면 나름대로 '하나 둘'에 던지거나 '하나 둘 셋'에 던지면서 계속 변화를 준다. 똑같은 템포로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주자들이 막 뛰지 않더라. 1루 주자가 2루까지 가면 결국 내 손해고 점수를 주면 팀 손해 아닌가. 그래서 한 베이스라도 적게 주려고 노력했다."

-이젠 팬들의 눈높이와 구단의 기대도 높아졌는데.

"기대하시는 만큼 못 보여주면 실망하실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면 내 플레이를 다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부담 갖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

박진우
-스프링캠프에서 주안점을 둘 부분은. "이제 1년 한 거라서 큰 틀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작년에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몸쪽으로 붙이는 공을 많이 던져 사구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투수인 그렉 매덕스처럼 정교한 제구력을 갖고 싶다. (웃음)"

-시즌 준비는 선발로 하나. "일단 미국(스프링캠프)을 가봐야 알 것 같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보직을 하는 게 맞다. 거기에 맞게 준비하겠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너무 많다. 하지만 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만 힘들었다."

-2020시즌 목표는. "작년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는 게 목표다. 마음가짐은 매년 똑같다. 부상 없이 1군 풀타임을 뛰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거다. 팀이 우승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주어진 상황에서 내 역할을 하려고 한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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