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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슈퍼 전파자 발생 가능성 커져…전문가들 "감염자 이미 1000명 이상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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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슈퍼 전파자 발생 가능성 커져…전문가들 "감염자 이미 1000명 이상 추정"

2020.01.22 16:40
중국은 춘절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우한폐렴의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춘절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우한 폐렴의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EPA/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감염자가 급증해 22일 현재 총 440명으로 확인됐다. 전날에 비해 하루사이 100명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보건당국이 감염자 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면서도, 다른 감염자에 비해 특히 전염능력이 뛰어난 '슈퍼 전파자'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슈퍼 전파자란 다른 감염자에 비해 전염성이 강한 감염자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감염자 1명이 10명 이상 감염시킨 경우로 정의한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미 우한 폐렴에 감염된 환자 수가 1000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침, 재채기 심해 수십 명씩 전염시키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5년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한 명의 환자가 수십 명을 전염시키는 슈퍼 전파가 일어났었다.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은 숨을 쉬면서 공기 중으로 전염될 수 있어(비말 감염), 기침이나 재채기 등 증상이 심한 사람이 수퍼 전파자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슈퍼 전파자로 꼽혔던 5명 중 1명은 사흘간 82명이나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감염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슈퍼 전파자가 나타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해외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2003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비슷한 대유행 단계로 이미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사스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던 유엔궉융 홍콩대 감염질환학과장은 "우한 시내 병원에서 의료진 15명이 감염됐는데, 이 중 14명이 환자 한 명으로부터 전염됐다며 슈퍼 전파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 학과장은 "사람 간 전파는 물론,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면서 이번에도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며 "웬만하면 우한으로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대 세계보건기구협력 감염질환역학통제센터에서는 수학모델을 통해 우한폐렴 감염자 수를 예측한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17일까지의 감염자 수가 우한 내에서만 1343명, 중국 내 전체에서는 145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음력 설 연휴(춘절)이 지나면 중국 내 5개 대도시에서 최소 10개 감염사례가 더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MRC세계전염병분석센터에서도 17일 우한 시내에서만 이미 1723명이 감염됐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독감, 우한 폐렴 등 공기 중 전염 질환은 소수 슈퍼 전파자로도 대규모 확산 가능

질병관리본부 제공
질병관리본부 제공

학계에서는 감염질환이 유행할 때 전체 감염자의 약 20%가 나머지 80%를 감염시키는, 이른바 '20-80 법칙'을 따른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 특출나게 감염을 많이 시키는 슈퍼 전파자가 있다는 것이다. 

 

앨리슨 갈바니 미국 예일대 의대 역학및공중보건학과와 로버트 메이 영국 옥스포드대 동물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사스가 유행했던 당시 확산 패턴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2005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연구팀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특이성, 그 병이 유행하고 있는 지역의 인구수, 같은 시기에 출현한 또 다른 병원체 등 확산 속도와 범위를 달라지게 만드는 변수들을 찾았다. 

 

연구팀은 '20/80법칙'은 주로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질환이나 성병에 제한되며, 독감 등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병원체는 이보다 훨씬 적은 범위에서도 슈퍼 전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감염질환에 비해 감염 경로가 직접적이어서 20%에 훨씬 못 미치는 적은 수의 감염자로도 충분히 수십 명씩 전염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리차드 슈타인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리학및생물물리학과 교수팀은 2011년 '국제감염질환학지'에 낸 연구 결과를 통해 "2003년 이후 사스가 대규모로 발생한 사례가 없는 이유는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염질환 발생시 슈퍼 전파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해야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전염 능력이 다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병원체에 이중으로 감염되면서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심해지면서 슈퍼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관리실장(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이번 우한 폐렴도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 메르스와 비슷하게 1m 근거리 내에서 공기 중 전염이 가능한 비말 감염으로 보인다"며 "물론 슈퍼 전파자처럼 증상이 특히 심한 사람은 있겠지만 주변 접촉자의 수와 활동 범위에 따라 전염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손 위생과 호흡기 보호구 등 WHO에서 권고하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말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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