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죽었다 죄다 욕해도 민주당 찍는당께" [현장르포]

장민권 2020. 1.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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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 광주 사람들은 그래도 민주당 아니요. 죄다 욕해도 선거날엔 민주당 찍는당께."

호남은 늘 선거마다 진보 분열을 허용하지 않고,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고심 끝에 더불어민주당 대신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고, 그 결과 호남의 심장부이자 여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에선 국민의당이 8석을 모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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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심장부' 광주 가보니
"예전보다는 신뢰 떨어졌지.."
안철수 향해선 "인기 없어"
'右클릭' 등 배신감 아직 커
호남의 심장부 광주민심은 현재로선 여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지, 아니면 안철수의 국민의당 태풍이 불었던 2016년 20대 총선처럼 새로운 바람이 불 지 오는 4월 총선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0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장민권 기자
【 광주=장민권 기자】 "여그 광주 사람들은 그래도 민주당 아니요. 죄다 욕해도 선거날엔 민주당 찍는당께."

호남은 늘 선거마다 진보 분열을 허용하지 않고,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고심 끝에 더불어민주당 대신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고, 그 결과 호남의 심장부이자 여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에선 국민의당이 8석을 모두 가져갔다.

21대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통적인 텃밭을 탈환하려는 민주당과 지역구 사수에 나선 범여권 군소정당간 치열한 물밑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당이 호남, 특히 광주의 전략적 선택을 받을까.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0~21일 직접 둘러본 광주 민심은 일단 민주당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광주송정역 2번 출구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택시기사 정남영씨(64)에게 '정부·여당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째 북한만 신경쓰는지 모르겄소. 광주 경기는 다 죽어버렸어야"라며 다소 시큰둥한 대답을 내놓았다. 곧바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되묻자 "광주는 (유권자) 70% 이상이 민주당(지지층)이여. 민주당 싫다고 한국당 찍겄소"라는 답이 돌아왔다.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빈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 역시 불경기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민주당 찍어야제"라고 입을 모았다.

연신 붕어빵을 굽고 있던 강영숙씨(52)는 "예전보다는 민주당 신뢰가 많이 떨어졌제. 나는 문재인 대통령 그만하면 잘한다고 생각허는디 주변에서는 불만들이 많더라고. 경기가 많이 죽긴 했어야"라면서도 "그래도 선거일 오면 민주당 찍어야 한다고 다 뭉칠꺼여. 나이드신 분들은 90%가 민주당 아니요"라고 말했다.

3년 전 '민주당원'으로 가입했다는 김경수씨(55)는 "나도 통장에서 당비가 나가는 당원이지만 솔직히 민주당 하는거 별로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주위를 보면) 다 나쁜데 그래도 민주당 아니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호남 출신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호의적 반응들도 눈에 띄었다.

광주 서구청 부근에서 만난 김학경씨(58)는 "이낙연 때문이라도 민주당 찍는다는 사람들 많더랑께"라고 귀띔했다.

상당수 광주 시민들은 정치활동을 재개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선 "철새 아니요. 그래서 쓰겄소"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공교롭게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첫 공식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날이었음에도 아직 호남 민심은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분위기였다. 20대 총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호남 홀대에 이어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보인 '우클릭' 행보 등에 느낀 배신감이 커보였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최태호씨(78)는 "나도 지난번에는 안철수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택도 없당께. 한번 속고 난 다음부터 (안철수는) 호남에서 인기없어야.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면 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시장 인근 가게 앞에 모여 앉아있던 70대 노인 4명도 "처음에 안철수 나왔을 땐 좋게 봐서 겁나게 밀어부렀는디. 이제 자기 '무기'가 없어졌어. 이제 안철수는 여기(광주)서는 쪼까 거시기하제"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대 부근에서 만난 김민기씨(33)는 "한 번 안철수 바람이 불었던 만큼 호남 민심만 어떻게든 풀어줄 수 있다면 오히려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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