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영화 위해 100kg로 증량, 다신 못하겠어요" [인터뷰]
배우 이희준이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몸무게를 100kg까지 불리며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에 몰입했다.
“살을 찌우자고 결정하니 심리적 거부감이 크더라고요. 매일 아침 108배하면서 ‘배 나와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했어요. 마음을 딱 정하니, 그때부턴 체중이 마음껏 올라가더라고요. 식사와 식사 사이 땅콩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먹으면서 살을 찌웠죠. 먹고 싶은 것 마구 먹을 수 있어서 좋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다시 살찌우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차지철이 모티프인 ‘곽상천’을 연기했다. 거구의 경호실장이자 2인자 경쟁을 치열하게 한 ‘곽상천’을 만들어간 노력과 이병헌, 이성민과 연기를 펼친 감상 등을 ‘스포츠경향’에 털어놨다.
■“실제 인물 연기가 부담, 애드리브 한 번도 안 해”
과거사를 다룬 정치물이라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절대 애드리브를 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원래는 편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 한 단어도 애드리브가 없었죠. 감독도 제재했고요. 완성본을 보니 감독도 얼마나 치우치지 않으려고 애썼는지, 객관적 사실 안에서 표현하려고 했는지 보이더라고요.”
대신 몸을 불리고 신체적인 특징을 줘 캐릭터를 살려내고자 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도 그 중 하나였다.
“살면서 여지껏 기본 체중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찌워봤어요. 병원에서 당뇨 위험이 있다고 경고까지 하더라고요. 그렇게 살찐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숨이 차서 대사 6마디를 한번에 못 이어가겠더라고요. 하하. 마치 신체적인 가면을 쓴 기분이었어요. 제가 디테일을 계산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연기였다고나 할까요?”
작품이 끝나고도 그에겐 숙제가 남았다. 원래 상태로 몸을 복구시키는 것이었다.
“3개월 안에 살을 빼겠다는 생각으로 남성잡지 화보 촬영 일정까지 잡아놨어요. 헬스장 앞 고시원을 잡고 하루 4번씩 운동했죠. 닭가슴슬과 고구마만 먹으면서요. 비포애프터 사진 있냐고요? 에이, 꼴보기 싫어서 싹 다 지워버렸어요. 하하하.”
■“이병헌·이성민, 소화 안 될 정도로 연기 잘해”
몸까지 혹사하며 열정을 부은 작품에 완성도까지 갖춰져 기분이 좋다는 그다.
“한 번만 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두 번 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처음 볼 땐 확 빨려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고, 두번째 볼 땐 차가운 연출력을 느낄 수 있죠. 누군가는 ‘우민호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고 표현하던데요.”
그와 함께한 ‘마약왕’으로 흥행 참패의 쓴맛을 본 우민호 감독이, 이번 작품으로는 드디어 호평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뜨겁고 감정표현에 여과가 없는 사람인데 ‘남산의 부장들’ 찍을 땐 안 그러더라고요. 영화 자체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젠 돌아왔으니 더 뜨거워지겠죠?”
이병헌, 이성민과 합을 맞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모두 빨아먹고 싶더라고요. 하하. 소화가 안 될 정도로 감탄을 많이 했어요. 곽도원 선배도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감을 어떻게 그렇게 표현하는지, 톡톡 튀던데요. 이병헌 선배도 놀랐다고 했고요. 불안함 뿐 아니라 생생한 그 연기가 곽도원 선배만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성민 선배도 심리적, 신체적으로 지쳐가는 얼굴을 표현하는 게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이병헌 선배야, 그냥 너무 좋았고요. 예상은 했지만 정말 좋더라고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자리였어요.”
전두환을 모티프로 한 ‘전두혁’ 역의 서현우도 칭찬했다.
“학교 후배예요. 졸업하고 한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연기를 진짜 잘하더라고요. 물론 대사가 ‘네’ 밖에 없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그 눈빛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면도기로 머리까지 민 것 봐요. 심리적 고통도 컸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남산의 부장들’ 찍은 이후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었다.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을 봤을 때, 거부감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큰 변화죠. 예전이라면 ‘뭐야, 저 미친 놈’이라고 외면부터 했을테니까요. 옳고 그른 것은 없나봐요. 그건 각자 정하는 거라고, 이 영화로 얻은 깨달음이에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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