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이의 부암 일기' #6 나 혼자 부암동에 산다.

2020. 1. 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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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동네가, 수능시험 끝난 날 나의 부모님이 그러셨듯, 피곤한 몸으로 대문 열고 들어온 나를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다.
김소이
'동네가 위로해준다'는 느낌이 있다.
김소이
버티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끝없이 고독하다.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음악,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다른 세계의 것인 마냥 생소해지고 나만 이쪽 건너편에 덩그러니 동떨어져 있다.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별 의미 없는 수다를 떨고 싶다가도 이내 전화기를 덮는다.

언제든 울 준비는 되어 있지만, 딱히 울 생각은 없다.

마음이 자기 보호막을 야무지게도 쳐 놓았다.

김소이
그 보호막은 동네 어귀에 들어서는 길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하루의 첫 숨을 내쉰다.

청와대 사랑채를 지나 인왕산을 오르는 2차선 도로 위에서 우거진 나무들,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의 형태, 코끝 간지럽히는 공기에 딱딱해진 마음이 얼린 찰떡 녹듯 말랑해진다.

마치 이 동네가, 수능시험 끝난 날 나의 부모님이 그러셨듯, 피곤한 몸으로 대문 열고 들어온 나를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다.

아이고, 우리 딸 고생했어. 장하다. 자랑스럽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한껏 품어준다.

동네가 위로를 해준다.

「 세상이 나만 빼고 파티를 연 것 같은 날에 찾는 부암동 스폿 세 군데. 」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머릿속이 부산스러운 날 평상 위에서 졸고 있는 불도그 꿈이 옆에 한참을 앉아 있노라면 마법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저녁노을 질 때 즈음 산책 나오는 부암동 댕댕이들과의 교류는 덤.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커피와 다른 음료들이 맛있기도 하지만 이곳에 가는 이유의 팔 할은 돼냥이 김상수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통달한 듯한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세상을 단연코 구하고 말 그의 귀여움은 나의 다크 포스를 몰아 내준다. 얼마 전 입양 온 아기 고양이 김부암도 간혹 모습을 비춘다.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김소이
우울할 때는 억지로라도 맛있는 것을 먹자. 이곳에서 파는 카레 수프는 마치 지브리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2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수프에 밥을 말아 먹을 때면 어디선가 하울이 나타나 소피, 라고 불러 줄 것만 같다. 혼밥 만세.

'김소이의 부임일기'는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

'김소이의 부암일기' #5 우리의 그 여름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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