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부동산 폭주.."허가제 하면 난리난다"던 김현미 당혹

하남현 2020. 1. 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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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부동산 강경 모드에 경제 부처마저 당혹해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 발언(15일 신년 기자회견)이 출발점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각본이 없는 내용이어서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방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집값이 급등하는 것도 문제지만, 집값이 단번에 크게 내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그러나 청와대는 16일 오히려 한 발 더 나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부동산 매매 허가제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입장에선 청와대가 원상 회복의 각론을 제시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강 수석의 발언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을 뒤엎은 꼴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돈 ‘초고가(12억원 이상)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 내용을 담은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강 수석 발언 이후에도 국토부 측은 “실무적으로 허가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세종로청사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오종택 기자


관가에선 정무수석보다 부동산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정책실장까지 거들고 나선 것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강남 지역의 집값을 낮추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김 실장 역시 단순한 안정화가 아닌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 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에 대한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부를 젖혀두고 저만치 앞서가는 청와대의 ‘폭주’에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의 강성 정책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부처 국장급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은 물가상승률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오르는 게 거시경제에 가장 안정적”이라며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단시간 내에 폭락하면 부동산 보유자 및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큰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에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매매허가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강 수석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설익은 정책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는 행위가 시장에 혼란을 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무 부서가 아닌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경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반(反)시장’부동산 정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비단 부동산만이 아니다. 현 정부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행정부를 ‘건너뛰는(패싱)’ 행태가 반복된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17년 당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자 증세론’을 치고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 방침을 공식화하며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렸다.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왔는데 허언(虛言)이 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행정부를 앞서가는 행태는 현 집권층이 부동산 등 경제에 대해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경제 효과는 없는데 서민을 위하는 척 코스프레하는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ㆍ임성빈 기자, 한은화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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