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헛발질에 트럼프는 조용히 웃는다

이란,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사흘만에 시인
"거짓말에겐 죽음을"…이란 여론, 반미→반정부로 변모
이란 '실수' 자살골에…트럼프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
  • 등록 2020-01-12 오후 6:17:19

    수정 2020-01-12 오후 6:17:19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한 명의 미국인 사상자도 내지 않고 이란과 새로운 핵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됐다. 우연이지만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라는 결과를 이끌어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란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

이란군 합동참모본부는 11일(현지시간) 176명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참사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사고 여객기가 민감한 군사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면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에 의해,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됐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과 캐나다 등 국제사회가 제기했던 격추 의혹에 대해 사흘 만에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이란군은 “오인 발사 책임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모험주의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사람의 실수가 발생했다”며 미국 측에 일부 책임을 돌렸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반미(反美)’로 똘똘 뭉쳤던 이란 여론은 무고하게 자국민을 희생시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경제난에 대한 불만도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백명의 이란 대학생들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참사로 숨진 176명을 기리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아미르카비르 대학에 모였다. 애도를 위한 시위로 시작됐으나 사실상 반(反)정부 시위로 변모, 정부의 무능함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사진=AFP)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테헤란 대학, 아미르카비르 대학, 샤리프 대학 등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실수로 수많은 자국민을 희생시킨 정부와 군부를 향해 “거짓말에겐 죽음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객기 격추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하메네이 퇴진을 촉구했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반미’로 결집됐던 여론 일부가 다시 정권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날 영어와 이란어로 된 트윗을 통해 “용감하고 오랜 기간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 나는 취임 이래 당신들을 지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의 용기에 영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권 흔들기는 이란이 새로운 핵협정에 나설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 사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나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냈지만 이마저도 최근 대화가 중단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자충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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