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의 여자'→'맛 좀 보실래요?', 남발하는 불륜 이대로 괜찮나 [ST포커스]

백지연 기자 2020. 1. 10. 17: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9억의 여자, 맛 좀 보실래요, VIP 포스터 / 사진=SBS, KBS2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불륜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는 매년 한 작품씩 나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작품 소재다. 하지만 요즘은 많아도 너무 많다. 불륜 소재 드라마 정말 대중들에게 괜찮을까.

지난 12월,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의 바통을 이어받은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연출 김영조)가 시작됐다.

우연히 현찰 99억의 행운을 움켜쥔 정서연(조여정)이 그 돈을 둘러싼 엄청난 사건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7.2%, '동백꽃 필 무렵'의 첫 방송 시청률인 6.3%보다 앞선 수치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큰 화제를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해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99억의 여자'로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연기상의 영예를 안은 조여정, 그리고 능청스러운 연기와 매력적인 마스크로 사랑받는 김강우와 같이 화려한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99억의 여자'는 대중들의 시선 끌기에 충분했다.

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도우미 일로 근근이 살아가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불행한 여자 정서연이 자신의 '절친'이자 재벌녀인 윤희주(오나라)의 남편 이재훈(이지훈)과 불륜관계인 사실이 첫 회부터 공개되며 빠른 전개가 이어졌다. 이러한 인물 간의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더군다나 불륜관계인 정서연과 이재훈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99억으로 인해 분열이 되어가고 이 돈에 달려드는 인물들과의 사건은 인간의 욕망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이 드라마는 현재 수목극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물론 이 드라마가 '불륜'이라는 관계만을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첫 회부터 두 사람이 호텔에서 밀회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공개되는가 하면 수위 높은 불륜 남녀의 스킨십이 남발했다.

'절친'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설정이 99억을 둘러싼 사람들과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작품에 꼭 필요한 설정이었을까. 단지 자극적인 소재로서 시청자들의 흥미 유발 도구로 사용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 극 중 조여정의 불륜이 이유가 있는 '불륜'이라도 되는 양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남편 홍인표(정웅인)에게 시달리는 불쌍한 여성이기 때문에 선택한 탈출구같이 그려지는 부분도 '불륜'을 미화시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99억의 여자, 맛 좀 보실래요? / 사진=KBS2, SBS 제공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는 '99억의 여자'뿐만 아니다. SBS 오전 방송되는 일일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극본 김도현·연출 윤류해) 역시 그렇다. 극 중 심이영은 풍족하진 않지만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강해진 역을 맡았고 그는 무능한 '베짱이' 연하 남편 이진상(서하준)과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진상의 앞에 재벌녀 정주리(한가림)가 나타났고 두 사람은 강해진 몰래 데이트를 즐기는 내용이 담겼다.

심지어 이진상이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미혼녀 정주리가 이진상에게 이혼을 권유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 이진상을 보고 있자면 '막장' 그 자체다.

또 지난 12월 말 15.9%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 SBS 드라마 'VIP'(극본 차해원·연출 이정림) 역시 극 중 이상윤이 부인인 장나라를 배신하고 표예진과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을 담아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불륜' 소재를 수용하는 대중들 정말 괜찮을까. 특히 공영방송에서 비도덕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또 꽤나 당연한 전제로 깔리는 게 대중들에게 정말 영향이 없을 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이에 대해 한 대중평론가는 "사실 불륜이라는 소재는 과거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자주 사용되어왔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방송이 대중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러한 소재는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 장소에서 방송을 소비했다면 지금은 끝없이 되풀이해서 원하는 영상을 볼 수도 있고 그 횟수는 제한도 없다. 방송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계속해서 생산할 경우 대중들은 그런 비도덕적인 일들을 삶의 일부로 여기고 점점 익숙하게 느낄 수 있다"며 "한마디로 불감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간통죄가 폐지되는 등 법률도 완화된 상황에서는 그 소재를 매체에서 다루는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체는 대중들의 모방 본능을 일깨우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고.

또 대중들의 신뢰도가 높은 공영방송에서 이런 소재를 다룰 경우 시청자들은 불륜이 부도덕한 일이지만 용인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더욱 주의를 요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