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여객기 추락 원인 놓고 미·이란 '또 격돌'

이기성 기자 2020. 1. 1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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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 부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보잉737-800 여객기의 추락 원인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또 격돌할 조짐입니다.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와 이라크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은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일단 봉합되는 흐름이지만 평상시 같으면 갈등의 소재가 되지 않을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추락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이란민간항공청은 9일 "초기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가 이륙해 서쪽으로 비행하다 문제가 생긴 뒤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향해 우측으로 기수를 돌렸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사고 여객기의 승무원이 공항 관제실에 비상 호출을 하지 않았다"라며 "추락 직전에 사고기가 불길에 휩싸였고 지면에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고기가 8천 피트(약 2천400m)까지 상승했을 때 레이더 화면에서 사라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도 9일 "이번 여객기 추락이 테러분자의 공격, 폭발물 또는 격추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계적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격추라면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했어야 하는데 불이 먼저 붙은 뒤 지면에 떨어지면서 폭발했다"라며 "이를 본 목격자들이 많이 있고 그들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알리 아베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도 "과학적으로 미사일 격추설은 논리적이지 않은 헛소문이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공교롭게 이 사고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라크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과 비슷한 시각에 벌어지면서 서방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격추 또는 오폭설이 제기됐습니다.

로이터통신도 8일 미국, 유럽, 캐나다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서방 정보기관의 초기 평가는 사고기가 기술적 문제가 있었고 미사일로 격추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라며 "비행기의 제트 엔진 중 하나가 과열됐다는 증거가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추락사건과 관련,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의심한다. 당시 여객기가 상당히 나쁜 주변 환경에서 비행하고 있었다"라면서 격추설을 제기했습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도 미 당국자들이 위성 자료를 근거로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대공 미사일 2발의 열 신호가 감지됐을 때 사고기가 이륙했다. 열 신호가 감지된 직후 사고기 부근에서 폭발이 이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정부도 격추설에 가세했습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이날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사고 현장 부근에서 토르 미사일의 잔해가 발견됐다는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왔기 때문이다"라고 미사일 피격설을 검토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조사단을 9일 테헤란으로 급파했습니다.

8일 오전 6시 12분께 테헤란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이 여객기는 이륙 3분 뒤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추락 시각은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개시하고 5시간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들 미사일은 테헤란에서 서쪽으로 약 500㎞ 직선거리인 케르만샤에서 발사됐습니다.

이란민간항공청은 또 사망자 가운데 147명이 이란인이며 나머지 32명이 외국인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와 다릅니다.

이런 차이는 사망자 중 캐나다 국적자는 대부분은 이란 국적도 함께 보유한 이중 국적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이란 국적을 우선해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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