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1972년 서울 출생, 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 디자인학과, 1996년 조선호텔 입사, 2009년 신세계 입사
97세대(1970년대 출생·90년대 학번) 여성 대표 주자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대외 활동에 잘 나서지 않는 조용한 리더십을 보이지만, 사업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재계에서는 정 총괄사장의 뛰어난 방향 감각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높이 산다. 유통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도 그가 손을 댄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면세점, 뷰티·패션 사업을 맡고 있다. 반포에 있는 신세계 본사와 청담에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 집무실을 두고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총괄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영 철학과 학창 시절 전공인 예술·디자인 감각을 그대로 경영에 접목했다. 그는 일찌감치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을 비롯해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발굴, 백화점 각 지점에 유치했는데, 이 움직임 덕분에 최근 초저가와 초고가로 양극화하는 소비 시장 트렌드 속에 나 홀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 연 매출 약 1조6620억원으로 40년간 부동의 1위였던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8년 연 매출은 1조8030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2조원 달성이 확실시됐다.
신사업 발굴 능력과 뚝심도 인정받는다. 패션 사업에 집중하던 SI는 정 총괄사장의 주도하에 2012년 뷰티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인수 후 5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던 비디비치는 정 총괄사장의 꾸준한 지원과 중국 시장 K뷰티 성장세와 맞물려 2018년 1250억원, 2019년 2000억원대 연 매출을 내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그가 주도한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명품 화장품에 특화한 콘셉트로 매장을 30개까지 늘렸다.
정 총괄사장은 뛰어난 승부사로도 통한다. 총괄사장에 오른 직후인 2016년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백화점, SI와 시너지를 노렸다. 특히 2018년엔 면세점 업계 최대 격전지인 인천공항에서 ‘면세의 꽃’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따냈는데, 여기엔 인천공항에 신세계면세점을 열어 자사 브랜드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라는 정 총괄사장의 특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추진력 덕분에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 연 매출 2조원을 돌파, 후발 주자임에도 롯데·신라면세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강(强) 구도를 완성했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매출이 3조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올해 그는 유통 업계 불황 속에서도 뷰티, 패션, 자체 브랜드(PB) 강화 등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노리는 동시에 백화점과 면세점, 뷰티·패션 브랜드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대전에 문을 열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 개점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I는 지난해 선보인 ‘연작’과 올해 내놓을 ‘로이비’로 비디비치를 잇는 화장품 브랜드 대박 행진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경 총괄 사장은 어떤 사람
리틀 이명희
그는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가까이 보좌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감각을 익혔다. 전공부터 패션은 물론 경영 스타일까지 닮은꼴로 회자된다. 삼성그룹에서 신세계백화점 두 곳과 조선호텔만 들고나와 신세계를 키워낸 이 회장의 능력이 그대로 전수됐다는 평이다.
은둔형 리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는 것과 비교해 정 총괄사장은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리더십을 보인다.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개점식에 처음 등장한 이후 공식 석상 노출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문성욱 SI 부사장
정 총괄사장의 남편이다. 그는 2014년부터 SI에 합류해 경영 시너지를 내고 있다. SI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신사업을 기획하는 전담 본부를 만들었고, 사업기획본부장으로 문 부사장을 선임했다. 정 총괄 사장의 신사업 구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차정호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SI 대표로 뷰티·패션 부문에서 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그룹 주력인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백화점 대표가 바뀐 것은 7년 만이다. 그의 남다른 브랜드·신사업 기획력을 정 총괄사장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