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이란, 보복에도 전면전 원치 않아...트럼프 결정에 주목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6:31

수정 2020.01.08 16:31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촬영된 이라크 안바르주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 전경.AP뉴시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촬영된 이라크 안바르주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 전경.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자국 장성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국의 대응 수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정부와 미 정치권 모두 전면전은 피하자는 분위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떤 대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긴장 수준이 달라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8일(현지시간) 새벽이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15발을 발사했으며 이중 10발이 이라크 중서부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와 북부의 이르빌 기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1발은 바그다드 인근 타지 기지에 떨어졌고 4발은 불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할 수 없었던 보복
이란에서 육·해·공군에 이어 제 4의 군대이자 정부 실세인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3일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소장을 암살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보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우방은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고 위협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에게 재보복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이란을 공격하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조직(헤즈볼라)를 이용해 이스라엘까지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같은날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라는 더 이상 긴장이 고조되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고위 공직자를 공격했기에 유엔 헌장에 명시된 자위권을 발동한 것뿐이라면서도 "만약 어떠한 적대적 행위가 일어날 경우 스스로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관계자는 미 정부 내에서 미사일 피습 직후 이란이 미국의 파괴적인 반격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조치를 했다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서는 사망한 솔레이마니 소장이 순교자로 불리면서 반미감정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7일 열린 그의 장례식에는 대규모 인파로 인해 최소 56명이 압사하기도 했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센터의 캄란 보카리 이사는 "이란은 뭐든 빨리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사상자 규모에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과 국무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진행했지만 따로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다 "전부 괜찮다! 이란에서 이라크 내 2곳의 군사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들이 발사됐다. 사상자와 피해 규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좋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갖춰진 군대가 있다. 내일(8일) 오전에 성명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아직까지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충분한 조기 경보가 이뤄졌고 대피도 순조로웠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국영방송은 8일 발표에서 이번 공격으로 인해 8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군사 장비들이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피해 축소를 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근동문제연구소의 마이클 싱 연구원은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결과에 상관없이 단순히 상징적이거나 면피용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조지 W.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을 겪었던 미 정가는 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ㆍ뉴욕)은 이번 사건 직후 "트럼프 정부는 빨리 전면전의 위기에서 미국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 등 민주당 중진들은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소장 암살 직후 백악관을 상대로 관련 기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선택 앞두고 중동 긴장 최고조
조너선 호프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피격 직후 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의 인력과 파트너, 동맹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 해운청은 7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며 페르시아만을 비롯해 중동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주의하라는 경보를 보냈다. 미 연방항공청은 미사일 피습 직후 미 항공기 조종사 및 항공사들에게 이란과 이라크, 오만만과 페르시아만 상공 운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FAA는 이미 2018년부터 이라크 일대의 비행고도를 제한하거나 이란 영공에 대한 비행을 금지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제한 범위를 크게 상향했다. FAA 발표 직후 싱가포르항공과 말레이시아 항공은 이란 영공을 우회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콴타스 항공과 대만 중화항공 등은 이란과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지 않겠다고 공지했고 캐나다의 에어캐나다 역시 중동을 지나는 항공기의 항로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인도는 이날 이라크에 대한 여행 자제 경보를 내렸으며 필리핀 정부도 유사시 필리핀 노동자를 구하기 위한 대피령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같은날 보도에서 영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중인 영국군을 빼내기 위해 48시간 내 파병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앞서 7일 이라크 파병 인력 중 일부를 쿠웨이트 등 인근 지역으로 빼냈다고 발표했고 캐나다 역시 이라크 파병군을 쿠웨이트로 임시 이동시킨다고 밝혔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레트 블랑 선임 연구원은 "다음 질문은 미국이 이번 사건에 그냥 반응할 지, 과잉반응할 지에 달렸다"며 중동의 평화가 8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발표에 좌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