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배경으로 '소문'난 할슈타트···"관광객 이제 그만"

송윤경 기자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일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할슈타트’ | 오스트리아 관광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일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할슈타트’ | 오스트리아 관광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제 그만 와주세요’

주민은 778명인데 하루 관광객이 최대 1만명에 이르는 마을이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제작진이 ‘아렌델’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마을이라고 소문이 난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마을이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생겨난 호수와 호숫가를 둘러싼 자그마한 주택들이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소금광산이 유명한 이 마을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가디언’과 ‘더 타임즈’ 등 서구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주민들은 관광객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물가는 급등한 데다 외지인들이 드론을 띄우는 등의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곳의 주민 1인당 관광객 숫자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6배다.

할슈타트의 알렉산더 슈츠 시장은 영국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할슈타트는 이 지역 문화사에서 중요한 장소이지, 박물관이 아니다”라면서 “관광객을 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싶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슈츠 시장은 일단 할슈타트행 관광버스부터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엔 이 마을의 호숫가에서 화재사고도 있었는데 슈츠 시장은 호숫가로 향하는 길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관광객들을 향해 ‘접근 금지’ 안내도 해 왔다. “하지만 소용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해서든 (이곳의 호수로) 오더군요.” 슈츠 시장이 ‘더 타임즈’에 한 말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할슈타트가 유명해진 것은 2006년 이 마을이 한국의 텔레비전 쇼에 등장하면서부터다. 2011년엔 중국의 광둥 지역에서 할슈타트를 본 딴 마을도 생겼다. 2013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개봉 후엔 겨울왕국의 ‘아렌델’이 이 마을에 착안해 만들어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 더 유명해지고 말았다. 한 아시아 관광객은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마을을 “세계에서 가장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좋은 마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할슈타트의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일본·한국인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할슈타트 주민들은 ‘더 타임즈’에 “외지인들이 마을을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다룬다” “수퍼마켓은 기념품 판매점이 돼 버렸고, 진짜로 식료품을 사야 하는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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