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alk] '천문 : 하늘에 묻는다' 한석규 | 연기 공부는 죽어야 끝 할수록 궁금한 점 늘어
최민식과 함께한 ‘천문 :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느긋했다. 부담감이나 조급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 ‘내게 뭘 물으실까’를 생각하다 당연하게 떠올린 것은 세종이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니 곧 엄마에게 영향을 받았을 나의 세종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독자적인 천문과 역법을 갖춰 조선의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그 뜻을 함께했지만 한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팩션(faction) 사극이다.
영화 ‘우상’ ‘프리즌’ ‘베를린’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 ‘넘버3’ ‘초록물고기’, 드라마 ‘왓쳐’ ‘낭만닥터 김사부’ ‘뿌리 깊은 나무’ 등 멜로, 코미디, 사극, 범죄 액션, 메디컬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역할의 한계가 없는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이어 또 한 번 세종으로 독보적인 내공을 보여준다.
“완전히 새로운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이 죽이지 않는 왕이라면 ‘천문’의 세종은 살리려는 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세종의 아버지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하들은 물론 처가 남성들도 가차 없이 죽였다. 아마도 세종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거다. 그래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원경왕후 민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라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이는 남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어머니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세종은 그런 어머니를 어떻게 바라봤을지 떠올렸어요. 아마도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요? 죽이지 않는 것과 살리는 건 엄청난 차이잖아요.”
그는 이같이 말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놨다.
“영향이라는 건 지금의 내게도 접목시킬 수 있어요. 연기를 함에 있어 ‘이걸 왜 하나’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됐을까’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뭘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져요. 결국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뿌리, 즉 어머니와 연결돼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학창 시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뮤지컬을 보고 느낀 전율 때문이었는데 그런 나의 예민함과 예술적 체험의 자각은 어머니의 영향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또한 자신이 ‘집안의 막내’임을 언급하며 “막내는 부모님의 기대를 받는다기보다는 귀여움만 받고 자라지 않나.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큰 스트레스 없이 그저 내가 행복한 일에 대해서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지금의 내 모든 행복은 부모님, 어머님의 치성 덕분”이라며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에 대한 것은 물론 자신의 이야기까지 술술 풀어놓는 천생 이야기꾼. 대화하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모든 상황을 살아 있는 연기로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그다.
“연기 인생 30년인데도 여전히 고민이 많은가”라고 물으니, “민식이 형이 연기에 대해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하더라. 그게 내게는 매번 질문으로 다가온다”는 답이 돌아왔다.
“20대 때는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그저 ‘보여주는 사람’으로 여겼고 남을 위해 연기한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보는 사람이 나예요. 나에게로 가는 것이고 내가 나를 보고 싶어서 하는 거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나에 대한 궁금함이 더 많아져요. 그래서 멈출 수가 없고 서두르지도 않아요.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41호 (2020.1.8~202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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