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의료원장 김태년)은 최근 의료원에 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전달하고 싶다는 한 독지가의 제안을 받았다. 이 독지가는 다름아닌 영남대병원에서 어머니에게 본인의 신장을 기증한 사업가였다. 이 독지가의 이름은 여명동(32·사업)씨다.
여씨가 영남대의료원에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기탁하기로 한 것은 의료원 산하 영남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잘 해줘서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된 데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또 다른 환자을 위한 치료환경과 진료 시설이 계속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여씨가 신장을 기증한 대상자는 그의 어머니 정옥연(61)씨다. 어머니 정씨는 30여 년간 당뇨를 앓아오면서 신장까지 나빠졌다고 한다. 결국 2016년 말부터는 혈액을 투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주일에 3~4번씩에 걸쳐 한 번 투석을 하면 5~6시간은 걸렸다고 했다.
여씨가 어머니에게 신장을 이식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때였다. 여씨는 "어머니께 신장을 드리려고 하자 어머니가 한사코 ‘그러면 너의 건강은 어찌 되느냐’며 신장 이식을 거부하셨다"고 했다. 신장 이식을 거부하는 어머니를 상대로 여씨는 끈질긴 설득을 했고, 결국 어머니 정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행히 두 사람의 항체가 동일해 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은 큰 걱정이 없었다. 2017년 4월 여씨가 어머니에게 기증한 신장으로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어머니 정씨는 아직 당뇨 증상이 있어 두 달에 한 번씩은 이식받은 신장을 체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관리가 아주 잘 됐다고 한다.
한쪽 신장을 어머니에게 떼내 준 여씨는 일상생활에 지장은 전혀 없다고 한다. 아직 신장을 이식한 지 오래지 않아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정도다. 그러나 여씨는 "신장을 어머니에게 기증하기 전에는 모자간의 관계가 경상도 사람이면 그렇듯이 서먹서먹한 정도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변했다"며 "신장 이식 수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머니 정씨는 아들의 수술자국을 보거나 피곤한 기색이 있으면 "내 때문에 미안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여씨는 "난 괜찮다"고 대꾸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여씨는 영남대병원에서 보여준 친절과 서비스에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해 왔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영남대의료원에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것이었다. 여씨는 "영남대병원에서 수술을 잘해 주신 교수님들, 지금까지 별 탈 없도록 꾸준하게 관리를 잘해주신 의료진 덕분에 어머니가 예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계시는 걸 보고 너무나 고맙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여씨의 발전기금 전달식은 지난 2일 영남대의료원에서 거행됐다. 전달식에서 김성호 병원장은 "병원을 찾아오신 환자분께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렇게 고마운 뜻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기금은 병원 발전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고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