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의 220배 매운맛' 유튜브 '원칩 챌린지' 논란.. 전문가 "위장병 유발, 경고"

권오은 기자 2020. 1. 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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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과자 한 조각에 5분을 못 참겠어요? 말도 안되죠"

"와…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네요. 진짜 죄송해요 여러분"

지난해 12월 1일 한 유튜버가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로 불리는 ‘원칩’ 한 조각을 먹는 동영상을 올렸다.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비장해보였다. 과자를 먹은 뒤 30초가 지나자 유튜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고성을 지르고 고통스러워 하더니,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1분 20초쯤에는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는 결국 3분 만에 우유를 들이켰다. "혀에 압정을 박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원칩을 먹고 물이나 음료수 없이 5분을 버티는 이른바 ‘원칩 챌린지’를 하는 모습이다. 이 영상은 한달 만에 16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선DB

매운맛과 신맛 등 자극적인 맛의 음식을 먹고 견디는 ‘OO 챌린지’에 일부 유튜버들이 나서고 있다. OO 챌린지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재생건수로 수익을 얻은 유튜버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먹는 제품 중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것부터 자극이 심해 위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까지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OO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무분별하게 따라할 수 있는 10대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과자…영양가는 ‘제로(0)’

대표적인 OO 챌린지는 맵기로 소문난 과자인 ‘캐롤라이나 리퍼 칩스’를 먹고, 음료를 마시지 않고 일정시간 이상 버티는 원칩 챌린지다. 미국 토르티야 칩 제조업체인 파퀴칩스(Paqui chips)가 만든 제품으로, 핵심 재료는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다.

매움의 척도를 나타내는 국제 기준인 스코빌 기준으로 캐롤라이나 리퍼는 그 수치가 220만이다. 한국의 청양고추가 4000~1만, 매운 음식으로 꼽히는 불닭볶음면이 440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500배 가량 맵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부 유튜버들은 원칩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원칩 챌린지’에 도전한 유튜버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조회수가 500만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유튜브 캡처

캐롤라이나 리퍼 칩스의 성분표는 단촐하다. 과자 한 조각(4.5g)에 들어가는 영양성분으로는 나트륨(20mg)과 탄수화물(4g)이 전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당 표시도 없다는 것은 아예 튀기지 않고 구웠다는 뜻이다"라면서 "하지만 영양성분표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으로 매운맛을 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매운맛 이외에 생라임이나 사과식초 등을 대량으로 먹고 신맛을 견디는 먹방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신맛 챌린지’, ‘신맛 먹방’ 등을 검색하자 관련 영상 수백개가 나타났다. 이 영상들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신맛 젤리, 사탕부터 깔라만시 원액 등을 먹거나 마신 유튜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냉면에 식초를 최대한 많이 넣어서 먹는 한 신맛 챌린지 영상은 3일 기준 조회수 40만을 기록하고 있다. 구독자들은 "다른 챌린지는 모르겠는데 식초 챌린지는 다들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서 걱정된다" "다른건 몰라도 생으로 식초를 마시는건 재미를 떠나서 너무 위험한 행동같다" 등 유튜버를 걱정하는 댓글이 달렸다.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과자로 불리는 ‘캐롤라이나 리퍼 칩스’ /파퀴 홈페이지 캡처

◇정식 수입 안돼…"학생들 따라할까 걱정"

전문가들은 이러한 식품섭취가 계속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휘 세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캡사이신 등은 성분표에 표기도 되지 않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며 "극단적으로 맵거나 신 음식을 먹으면 식도나 위 등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캐롤라이나 리퍼 칩스의 경우 정식 수입된 것도 아니다. 온라인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 따로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닌 만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검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도전 형식의 이런 유행이 10대 청소년들이 따라하려는 심리를 자극할 것을 우려했다. 김용휘 교수는 "‘챌린지’라는 이름 때문에 어린 학생들끼리 시합하듯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며 "특히 성장기인 청소년들에게 만성 위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OO 챌린지’를 이야기하며 도전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 조모(29)씨는 "학생들이 신맛 젤리를 잔뜩 사다가 먹는 것을 보고 기함한 적이 있다"며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재밌잖아요’라고 답하더라"고 했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위벽이 튼튼하지 못해 이런 자극적 식품을 짧은 시간에 많이 먹으면 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변에서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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