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이길 수만 있다면 스퀴즈 번트 10번이라도 대겠다"

김하진 기자 입력 2020. 1. 1. 2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신년 인터뷰

허삼영 삼성 감독이 지난해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화두로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야구팬들의 본심은 바로 그 지방을 누비는 택시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48)도 그랬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하루를 보내고 라이온즈파크를 나오던 지난해 말 어느 날, 허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택시를 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근무하느냐”는 물음에 짤막하게 대답한 허 감독은 택시기사의 하소연을 들었다. “삼성의 20년 팬인데 야구를 너무 재미없게 한다. 우리도 전력이 안되는 것도 안다. 팬들이 원하는 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는 얘기였다. 허 감독은 택시에서 내리며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명 출신에 지도자 경험도 전무

“프런트 사람” “데이터만 맹신” 등

편견과 싸우며 리더십 입증 숙제

“구단과 윈윈하는 길 찾겠지만

계약 기간에 얽매이지 않을 것

선수·코치들 믿고 열심히 해야죠”

허 감독의 미래를 두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무명 출신’ 허 감독은 더욱 짙은 물음표를 달고 다닌다. ‘지도자 경험이 없다’ ‘프런트 사람이다’ ‘데이터를 맹신한다’는 등의 편견들이 그를 향하고 있다. 2019년 말 경향신문과 만난 허 감독은 이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답을 내놓았다.

허 감독은 감독 선임 이전까지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임했다. 코치로서 지도자 경험은 전무하다. 그를 향해 ‘현장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허 감독은 “현장감 없는 거 맞다”며 ‘쿨’하게 인정했다. 허 감독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그 부분은 자신있다”고 했다. “내 능력은 미약하지만”이라고 스스로를 낮춘 허 감독은 “내 주위 분들은 능력이 좋다. 20명 가까이 있는 코치들은 왜 있는 것인가. 그분들에게 분배적인 리더십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감독 이전에 삼성에 오래 몸담은 직원이었기 때문에 ‘프런트 야구’가 노골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닐까 하는 시선도 있다. 심지어 “프런트(윗선)에서 오더를 짜주는 거 아닌가”라는 말도 들려왔다. 그는 “나보다 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오더를 짜주고 로테이션까지 정해준다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보다 감독의 비중이 더 크다”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허 감독은 “구단과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것이다. 구단과 내가 역할을 분담해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계약기간 3년이라는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감독은 계약기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쫓기면 위축된다. 몇년이 됐든 흔들리면 팀 운영을 못한다. 구단과 공생하겠지만 그렇다고 얽매이진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소통의 리더십이 대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단 장악이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삼성은 특히 지난 시즌 말미에 ‘잡담 주루사’ 등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사례가 있었기에 소통의 야구가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도 커진다.

허 감독은 일단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로 신뢰가 있어야 소통이 진짜 힘으로 발휘되는 것 같다. 선수를 믿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특정 선수를 믿어주거나 밀어주는 건 아니다. 허 감독은 ‘나무’보다는 ‘숲 전체’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1군과 2군의 문턱을 낮추고 선순환을 시킬 것”이라며 “박수 칠 때도 있지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무섭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수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인지할 것이라고 본다. 감독이 누가 오든 똑같이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감독에게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다. 20년간의 전력 분석 노하우를 갖췄고 2018시즌부터 홈구장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후 운용하는 과정에서 직접 중추적 역할을 했다. 허 감독은 “모든 걸 데이터에 기반해서 하기는 한다”고 인정하며 “스타트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니까 확률을 올리는 게 맞다”고 했다.

그래도 야구는 여러 변수 속에 예측 불가능한 스포츠다. 이에 허 감독은 “그날 선수 컨디션을 예측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신체 컨디션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지 않나. 데이터로 확률을 갖고 가면서 내 느낌이 흘러가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짤막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이긴다면 스퀴즈 번트를 10번도 댈 수 있겠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