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류 12%·간편식 11% 올라.."할인 안하면 구매 힘들어"

심희진,강인선,강민호 2019. 12.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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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라며..마트물가 급등 왜?
쌀 도매가 45%·밀크파우더 73%
원가 부담에 인건비 상승 겹쳐
식품업계 영업익 10% 안팎 '뚝'
실적 만회 위해 가격 인상 추진
현실 반영 못하는 정부지표물가
"실생활 밀접항목에 가중치 둬야"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편의점 마니아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로 퇴근이 빨라지면서 귀갓길에 맥주와 과자류 몇 가지를 사는 게 일상이 됐다. 소소한 음주로 그날의 스트레스를 날리곤 했던 이씨는 최근 외국 출장을 마치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결제했던 것보다 지출이 5~10%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로 즐겨 먹던 가정간편식(HMR) 국밥까지 조만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허탈감은 배가됐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올 1월부터 11월까지 0%대에 머물러 있다. 8월과 9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가가 마이너스면 서민들이 시장에서 사는 물건 값이 떨어지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연말연시 서민들이 소비하는 물건 값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내년에는 더 오를 전망이다. 기업들은 임차료, 원료비, 임금 등 제조원가가 올라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로 소득은 줄어드는 와중에 물건 값까지 오르니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가격을 올리는 식품업체들은 이번 인상이 그동안 비용 증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석밥 대명사인 햇반컵반 10종은 내년 1월부터 편의점 납품가를 올린다. 2015년 4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 초 편의점을 제외한 대형마트와 할인점 등에서 판매되는 햇반컵반 가격을 7%가량 인상한 바 있다. 매일유업도 내년 1월부터 235㎖짜리 초콜릿 음료의 전 채널 납품가를 8년 만에 올린다. 국내 상품죽 점유율 1위인 동원F&B 양반죽은 지난 10월 할인행사 차원에서 낮췄던 편의점 납품가를 최근 다시 인상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도 납품가가 예년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고 동원F&B 측은 설명한다.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고정비 부담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햇반컵반과 양반죽 주원료인 쌀은 2017년 ㎏당 1678원이었던 도매가격이 올해 2438원으로 올랐다. 매년 농가에서 같은 양을 사들였다고 가정했을 때 원가가 45%나 가중된 셈이다. 초콜릿 음료 핵심 재료인 밀크파우더 시세도 올 들어 전년 대비 73.5% 상승했다. 이 밖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에 따른 직간접적인 인건비 상승도 업체들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업 운영에 드는 비용이 수년에 걸쳐 늘어난 까닭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조정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분기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누적 매출은 7조4213억원, 영업이익은 286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6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2% 감소했다. 동원F&B와 매일유업도 올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 9.5%씩 줄었다. 국내 식품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마진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번 가격 조정은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상황은 다르다.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 구매력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물가까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7일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만난 70세 남성 이정인 씨는 "라면, 과자 등 먹거리 가격이 지난해보다 많이 올라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면 구매하기 쉽지 않다"며 "식재료 가격도 꾸준히 오르다 보니 가족과 외식 한번 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 물가는 0%대에 머물러 있어 지표와 현실 간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체 물가에는 무상교육, 등록금, 보육료, 교복비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항목으로 보면 배추 값이나 기타 공산품 출고가 인상분 등도 전체 물가에 다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65세 여성 A씨는 "정부에선 기름값, 공공서비스 등을 다 포함해 물가를 산정하지만 주부에겐 다른 무엇보다 식품과 외식 물가가 훨씬 와닿는다"며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통계 가중을 확실히 두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 구입 빈도가 높은 항목, 채소 등 가격 등락이 심한 품목, 저소득층 평균 지출 내역 등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희진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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