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납득 안되는데.." 지상파에 던진 김구라의 쓴소리

김상화 입력 2019. 12. 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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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3사 통합 시상식은 어떨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지난 28일 열린 < 2019 SBS 연예대상 > 시상식은 <런닝맨> 유재석의 대상 수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대상 후보자 인터뷰 중 이뤄진 김구라의 돌발 발언이 그 주인공이다.  3~4분 가량 이뤄진 그의 독설은 진행자 김성주를 당황시켰지만 이를 지켜보던 이들에겐 "사이다 발언"과 다름 없었다. 연말 지상파 3사의 각종 시상식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해줬기 때문이다.

몰려막기, 구색맞추기...시상식에 대한 김구라의 쓴소리  
  
 지난 28일 방영된 2019 SBS연예대상의 한 장면
ⓒ SBS
 
이날 시상식에선 매번 그러했듯이 주요 대상 후보자들에게 마이크를 내밀어 소감 등을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유재석, 백종원, 신동엽, 서장훈 등과 후보에 오른 김구라의 차례가 돌아오자 그는 작심한 듯 쉴새없이 본인의 생각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그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았다.

"(후보자가 된게) 저 조차도 납득이 되지 않는데 시청자들도 납득하겠느냐?"
(당황한 MC김성주를 향해) "다 알면서 그러느냐. 연예대상도 물갈이할 때가 되지 않았냐?"
"KBS도 시청률 안나왔다. 5년, 10년된 국민 프로들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식으로 상을 받는다"
"쓰잘떼기 없는 사람들 빼고 유재석, 백종원, 신동엽 정도만 넣어야 한다"
"더 이상 대상후보 8명 뽑아놓고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시간 떼우기 하면 안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것 같다. 이젠 방송 3사 본부장들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

자칫 심각하고 잔칫날 흥을 깨는 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김구라는 "내일 MBC 연예대상에서 안영미와 커플상 노리고 있다"는 등 농담을 섞어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상식 돌출 발언은 "김구라는 3사 본부장의 신임을 잃었지만 5천만 시청자를 등에 업었다"라는 댓글처럼 지루하게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청자 응원 이어진 사이다 발언
 
 지난 28일 방영된 2019 SBS연예대상의 한 장면
ⓒ SBS
 
김구라의 해당 장면 영상은 공개 직후 수십만회 조회 수를 기록했고 관련 기사엔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릴 만큼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상당 수가 그의 견해에 지지를 표할 만큼 공감도가 컸다. 연말 시상식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유재석, 백종원 등 치열한 대상 경쟁이 이뤄진 덕분에 분당 최고 시청률 16.7%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할 만큼 < SBS 연예대상 >은 모처럼 뜨거운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시상식 자체는 양질의 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역시 세 시간 넘게 진행되는 동안 수십명의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상 나눠주고 이름도 생소한 시상 부문을 등장시키고 공동 수상자가 다수 나오는 등 기존 시상식과 별 차이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기업체 연말 종무식 + 우수사원 시상과 다를바 없어 보였다. 그만큼 권위와는 거리가 먼 게 방송사 시상식의 현실이기도 하다.

변화 없으면 3사 시상식 모두 공멸한다
 
 지난 28일 방영된 2019 SBS연예대상의 한 장면
ⓒ SBS
 
김구라의 발언에 살짝 가려지긴 했지만 함께 대상 후보에 오른 신동엽의 "올해처럼 100% 상을 못받을 것이라고 확신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상을 받게 된다면 트로피를 박살내겠다" 등의 유머 넘치는 멘트마저 없었다면 이날 시상식은 그냥 지루한 SBS 사내행사에 그칠 뻔 했다. 

10~20년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연말 시상식은 현재 지상파 TV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청자들은 더이상 본방을 사수 안하고 VOD 다시보기, 모바일 실시간 중계, 유튜브 등 기타 매체로 갈아타고 있는데 지상파 TV는 제자리 걸음 혹은 뒷걸음질이다.   

후보에 이름 올린 연예인 본인 조차 민망해 할 만큼 변변한 인기작은 나오지 않고 기존 장수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현실이 이들 시상식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당장의 광고 특수에만 연연하고, 그들만의 잔치, 회사 기념식으로만 머물 수밖에 없다. 김구라의 지적처럼 이제는 제발 달라져야 한다. 지상파 3사가 매년 돌아가면서 통합 가요 및 연기 시상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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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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