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박하사탕이 좋은 이유 [허브에세이]

2019. 12. 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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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봐서 ‘이것도 허브였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박하(薄荷)’다. 때마침 식당에서 계산하면서 박하사탕을 무심결에 집어 먹었다. 입안이 상쾌해지면서 한 끼 식사를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만족한다. 허브차 종류가 많지 않은 카페에도 꼭 있는 것이 바로 페퍼민트차, 즉 박하차다. 박하야말로 어릴 적부터 이곳저곳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허브, 약초라고 할 수 있다.

박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뜰, 습지 언저리, 도랑 근처, 경작지 주변에서 자라며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자주 발견된다./위키피디아

박하는 꿀풀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박하의 잎과 지상부다. 학명은 ‘멘티 에르바(Menthae Herba)’, 바로 멘톨(Menthol)이 주성분이다. 본초학(本草學)에서는 약재 분류 중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에 속한다. 풍열(風熱)이란 염증성 소인을 가진 질환을 뜻하기도 한다. 상기도 감염, 감기나 두드러기, 발진 등 피부질환·발열을 동반한 다양한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 분류의 약들은 맛이 매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몸 표면의 열을 식혀주면서 매운맛으로 풍열로 인한 자극을 잘 흩어준다.

〈동의보감〉에는 박하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면서 쓰고 독은 없다. 여러 약을 체표로 끌고 가 땀을 내 독을 내보낼 수 있어 감기 두통에 쓰인다”라고 되어있다. 또한 관절을 잘 순환시켜서 과로를 풀어준다고 나온다. 흔히 근육통에 파스를 많이 붙이는데 박하가 가지고 있는 소염·진통의 효능을 응용한 것이다. 주로 위장에 열이 있고, 축농증을 앓고 있거나 안구가 뻐근하고 건조해 통증을 느낄 때 박하를 많이 처방한다. 정신이 몽롱해 총명탕을 찾는 분들에게도 박하를 세 움큼 넘게 넣어준다. 가려움 증상을 많이 잡아주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들의 약에도 박하가 들어간다.

그런데 왜 박하사탕은 식후에 인기가 많을까. 입냄새를 없애 깔끔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맛으로만 박하를 먹는 것은 박하가 가진 중요한 효능 하나를 몰라주는 것이다. 바로 ‘소간해울(疏肝解鬱)’이라 하여 명치 쪽이 답답하고 가스가 차올라 더부룩한 증상에 효과가 좋다. 식후에 박하사탕 하나 먹으면 입과 속이 깔끔해진다.

박하차는 진땀이 나면서 피로감을 많이 느낄 때 효과가 좋다. 지난번 소개한 국화차(카모마일차)가 머리가 아프면서도 어지러울 때 좋다면, 박하차(페퍼민트차)는 두통과 눈에 통증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평상시 가려움을 잘 느끼고, 피부가 따끔따끔 건조한 분들이 박하차를 자주 마시면 피부의 윤기를 유지할 수 있다.

권혜진 원장
재미있게도 〈동의보감〉에는 고양이가 박하를 먹으면 취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 고양이에게 주는 캣닙(Catnip)은 ‘개박하’라고 하여 박하와 같은 꿀풀과에 속한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먹이를 잘 먹지 않을 때 캣닙을 주면 진정 효과와 함께 식욕을 돋워 밥을 잘 먹게 한다.

박하는 특이하게도 겨울에 특별한 보온을 해주지 않아도 잘 자라난다. 공기정화 효과도 있고 바로 잎을 따서 차로 끓여 마실 수 있어 실내화초로도 추천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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