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러 송출인력 철수 현실로…北 타격 불가피

입력 2019.12.22 (21:16) 수정 2019.1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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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2년 안에 모두 귀국시키라는 유엔의 대북제재 시한이 22일, 바로 오늘입니다.

이들 덕분에 해마다 약 1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북한으로선 이번 인력 철수가 큰 타격일 수밖에 없겠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북한 노동자들 역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이렇게 귀국길에 오르는 북한 노동자들로 붐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그 현장을 박성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 개발 붐으로 고층건물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말소리.

["올리라우! 올리라우!"]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없이 위태위태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야간 작업이 시작됩니다.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도 밤 10시가 넘도록 계속됩니다.

[북한 노동자/음성변조 : "다른 나라 노동자들,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저녁 6시, 7시, 8시까지 일하면 끝나는데, 우리는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10시, 11시까지 일할 때도 있고."]

다음 날, 취재진의 카메라에 특이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 : "어? 휴대전화 보면서 울고 있는 것 같은데요. 눈물 닦는 모습이 보였어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

[취재진 : "추워서 그런지..."]

화면을 확대해서 확인해 보니, 추워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그날 가족 사진을 보니까 눈물이 나왔을 수도 있고. 저도 제 딸 사진을 볼 때 가슴이 울컥할 때가 있으니까, 똑같지 않겠습니까?"]

밤낮으로 고생하면서 단순노무직 일꾼들이 손에 쥐는 돈은 1년에 우리 돈 2~3백만 원 정도입니다.

[북한 노동자 : "(1년에 얼마나 버셨어요?) 1년에 스무 장 정도 보면 돼요. (스무 장이면 얼마예요?) 2천 달러. 좀 넘으면 넘기도 하고... (본인한테?) 네."]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개인적으로 장사도 하고 싶은데 아직 기초자금이 없는 분들이 가죠. 중하위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기초자금을 마련하려면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엔, 산더미 같은 이삿짐을 든 북한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보통강 구역, 대성 구역 등 평양 시내 지명들이 붙어있습니다.

유엔이 정한 시한인 오늘(22일)까지 모두 철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 : "(언제 가세요?) 오후 3시에. (음식은 맛있었어요? 괜찮아요? 라면이 입에 맞았어요?) 매운 거 좋아 하잖아요, 조선 사람들은."]

사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북한 노동자 : "괜찮아요. 우린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우리 생활에 대해서는 다른 소리 안 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 지났는데, 뭐, 우리 아들들, 자식들은 잘 살게 되갔지요, 허!"]

타격이 큽니다.

1년에 1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고정 외화 수입이 끊어지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탈북자/음성변조 : "외화벌이에서 국가적인 당 자금을 버니까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들 자체가 그 덕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 한 사람에 의해서 세 명, 네 명의 가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재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미국을 압박 중인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박성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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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러 송출인력 철수 현실로…北 타격 불가피
    • 입력 2019-12-22 21:20:21
    • 수정2019-12-22 22: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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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2년 안에 모두 귀국시키라는 유엔의 대북제재 시한이 22일, 바로 오늘입니다.

이들 덕분에 해마다 약 1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북한으로선 이번 인력 철수가 큰 타격일 수밖에 없겠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북한 노동자들 역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이렇게 귀국길에 오르는 북한 노동자들로 붐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그 현장을 박성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 개발 붐으로 고층건물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말소리.

["올리라우! 올리라우!"]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없이 위태위태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야간 작업이 시작됩니다.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도 밤 10시가 넘도록 계속됩니다.

[북한 노동자/음성변조 : "다른 나라 노동자들,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저녁 6시, 7시, 8시까지 일하면 끝나는데, 우리는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10시, 11시까지 일할 때도 있고."]

다음 날, 취재진의 카메라에 특이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 : "어? 휴대전화 보면서 울고 있는 것 같은데요. 눈물 닦는 모습이 보였어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

[취재진 : "추워서 그런지..."]

화면을 확대해서 확인해 보니, 추워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그날 가족 사진을 보니까 눈물이 나왔을 수도 있고. 저도 제 딸 사진을 볼 때 가슴이 울컥할 때가 있으니까, 똑같지 않겠습니까?"]

밤낮으로 고생하면서 단순노무직 일꾼들이 손에 쥐는 돈은 1년에 우리 돈 2~3백만 원 정도입니다.

[북한 노동자 : "(1년에 얼마나 버셨어요?) 1년에 스무 장 정도 보면 돼요. (스무 장이면 얼마예요?) 2천 달러. 좀 넘으면 넘기도 하고... (본인한테?) 네."]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개인적으로 장사도 하고 싶은데 아직 기초자금이 없는 분들이 가죠. 중하위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기초자금을 마련하려면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엔, 산더미 같은 이삿짐을 든 북한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보통강 구역, 대성 구역 등 평양 시내 지명들이 붙어있습니다.

유엔이 정한 시한인 오늘(22일)까지 모두 철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 : "(언제 가세요?) 오후 3시에. (음식은 맛있었어요? 괜찮아요? 라면이 입에 맞았어요?) 매운 거 좋아 하잖아요, 조선 사람들은."]

사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북한 노동자 : "괜찮아요. 우린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우리 생활에 대해서는 다른 소리 안 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 지났는데, 뭐, 우리 아들들, 자식들은 잘 살게 되갔지요, 허!"]

타격이 큽니다.

1년에 1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고정 외화 수입이 끊어지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탈북자/음성변조 : "외화벌이에서 국가적인 당 자금을 버니까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들 자체가 그 덕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 한 사람에 의해서 세 명, 네 명의 가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재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미국을 압박 중인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박성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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