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얼룩→디지털 무늬.. '군복 70년' 첨단 기능을 입히다

박수찬 2019. 12.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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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투복 디자인·소재 어떻게 바뀌었나 / 1990년 단색전투복, 얼룩무늬로 변경 / 위장효과 좋아 장병 생존율 크게 높여 / 야간·시가지 전투서 쉽게 노출 단점 / 2011년 화강암 응용한 디지털무늬로 / 신형 기능성 방상내피 발열기능 갖춰 / 러닝 등 내의류 엄격한 위생기준 적용 / A형 천막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여 / 14명 사용 분대용 천막 설치 30분 미만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가 역점을 뒀던 분야 중 하나는 국방력이었다. ‘나라를 지킬 힘을 빨리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려는 열망으로 군인의 길을 선택한 청년들에게 지급된 군복은 미군과 일본군이 쓰던 것이었다. 입대한 청년들은 독자적인 군복을 제작할 기술이나 경제력이 없었던 신생 국가의 서글픈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해야 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 군의 의복은 ‘상전벽해’라 할 만큼 변화했다. 장병들의 기호와 전투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진 전투복과 기능성 군용 의류가 일선 부대에 지급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민무늬 군복에서 첨단 디지털 전투복으로

우리 군이 독자적인 전투복을 처음 만든 것은 1954년이다. 당시에 제작된 전투복은 상의에 단추 5개를 붙이고 하의에 바지주머니가 추가된 형태였다. 이후 디자인이나 착용 방법 등은 여러 차례 바뀌었으나 ‘국방색’이라 불리던 민무늬 전투복의 큰 틀은 유지됐다.
단색 전투복이 얼룩무늬로 바뀐 것은 1990년이다. 군은 당시 미군이 채택한 우드랜드(woodland) 패턴에 한반도 자연환경이 적용된 4색(녹색, 갈색, 검은색, 카키색) 얼룩무늬 전투복을 도입했다. 녹색의 삼림과 황색의 토양 등 국내 자연환경을 고려해 개발된 얼룩무늬는 단색에 비해 위장 효과가 높아 장병 생존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야간투시장비가 발달하면서 야간전투 시 위장기능이 떨어지고, 시가지 전투에서는 곡선 형태의 얼룩무늬가 적에게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1년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등장했다. 디지털무늬는 국내 암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강암을 응용한 디지털 5색(흙색, 침엽수색, 수출색, 나무줄기색, 목탄색)을 채택해 시가지 전투에서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적이 육안이나 적외선 탐지장비로 볼 때도 잘 포착되지 않아 장병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불평이 많았던 전투복의 기능도 향상됐다. 신축성과 땀 흡수능력이 뛰어나며 탈색과 변색 등에 대한 내구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상의를 내어 입는 방식과 바짓단 조임끈, 탈·부착 계급장 등을 적용해 장병들의 일상생활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군대에서 쓰이는 다양한 의류는

전투복 외에 군에서 사용되는 의류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깔깔이’라 불리는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다. 얇고 따뜻해 전역 후에도 예비역들에게 인기 있는 군대 물품인 방상내피는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어 누빈 방한복이다. 2000년대까지는 노란색이었으나 2011년 갈색으로 바뀌었고, 지난해부터는 디지털무늬가 적용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방상내피 변천사.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발열기능을 갖춘 신형 기능성 방상내피도 보급되고 있다. 휴전선 일대 일반전초(GOP)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기능성 방상내피는 발열체를 넣는 공간을 갖췄다. 최대 섭씨 50~60도의 열을 내는 발열팩을 내장하면 4단계로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

군용 내의류(러닝셔츠, 동내의, 양말, 팬티)는 장병들의 체온 및 위생 보호를 위해 민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군수품에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하는 제품을 주문 생산해 조달한다. 활동량이 많은 장병은 땀과 분비물에 의복이 젖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이 번식해 장병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다른 의류와 달리 위생 관련 기준이 세밀하게 적용된다. 미생물 서식·증식 억제를 통한 악취 예방, 섬유 오염 방지, 질병 예방 등을 고려해 구매요구서에는 항균성과 인체 유해물질 안전요건 기준이 명시되어 있으며, 군에 납품하는 내의류는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차량이나 함정, 항공기를 정비하는 장병들은 남색 정비복을 착용한다. 정비복은 전투복에 비해 수납용 주머니가 많고 반사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군함에서 근무하는 해군 장병들은 함상복을 착용한다. 함상복은 해군 장병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줘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공군 조종복은 ‘영공 수호자’ 공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군복이다. 상·하의가 붙어 있는 형태로 돼 있어 좁은 조종석 안에서도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화재사고로부터 조종사를 보호한다. 조종복에는 철제 계급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활주로에 이물질이 떨어져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전투용 천막
◆가볍고 설치가 편리한 천막 보급

천막은 의류와 더불어 장병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군수품이다. 하지만 기존의 군용 천막은 무거워 운반이 쉽지 않았고, 설치에 오랜 시간이 걸려 장병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군은 신형 천막들을 개발해 일선부대에 보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 기존 A형 천막을 대체하는 개인전투용 천막은 무게를 줄이면서 내구성을 높였다. 천막 몸체와 바닥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강설·강풍에도 견딜 수 있다.

2014년부터 보급된 분대용 천막은 14명이 함께 사용한다. 두 명이 천막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구조가 간단하다. 2015년에 등장한 일반전투용 천막은 24명을 수용한다.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40분 미만(장병 4명 투입 시)에 불과하며, 보온기능과 곰팡이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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