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배상액 산정..은행vs피해자 '디테일 전쟁'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2019. 12. 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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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가점.감점요인별로 배상비율 +10%p~-10%p
피해자측, 가점요인 폭 넓히고 가점요인 폭 좁히고
은행측, 최대 배상비율인데 추가 요구 수용 힘들어
양측 덜 주고, 더 받기 위한 디테일 전쟁 치열할 듯
지난 10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 망언 규탄 집회에서 DLF·DLS 피해자비대위 관계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와 관련해 피해액의 20~80%를 보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구체적인 배상액 산정을 위한 은행과 피해자측간 '디테일' 전쟁이 시작됐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그리고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배상비율 조정의 가이드라인이 될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체크리스트에는 배상비율 가점요인과 감점요인을 각 항목별로 최대 +10%p~-10%p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점요인으로는 △해피콜을 실시하지 않았을 시 +5%p △정기예금 가입차 지점에 방문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시 +10%p △주부·고령자·은퇴자 +5%p △만 65세 이상 +5%p, 만 80세 이상 +10%p 등이다.

감점요인으로는 △투자경험(ELS, ELF, ELT 포함) 4~9회 -5%p, 10회 이상 -10%p △투자금액 2억 원 초과 -5%p, 5억 원 초과 -10%p △전문직 -10%p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은 아직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정의당 추혜선 의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실제 판매경위와 다르게 배상비율 가감사유에 맞추어 진술을 왜곡하는 등 사실관계 조사의 공정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금감원은 원칙적으로 은행들이 자체 사실조사를 마치면 이를 검증한 뒤 은행과 피해자측 양측에 해당 체크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관련해 당초 사기피해로 인한 100% 피해배상을 주장하며 개별조정 대신 단체조정 입장을 밝혀왔던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은 최근 은행과 피해자간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자율조정에 응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대신 은행들이 자율조정을 명목으로 일방적인 사실조사 뒤 배상비율을 정하는 것을 막고, 각 가점.감점요인에 있어서 최대한 피해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체크리스트에 포함된 가점요인인 해피콜 미실시와 관련해, 비록 은행 측에서 피해자 측에 해피콜을 실시했더라도 보완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상품의 위험성과 변동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면 가점요인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투자금액과 관련해서도 -5%p 감점되는 기준액을 2억원 초과로 설정한 것은 과거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5억원)과 DLF 사태 이후 개편된 최소 투자액(3억원) 과도 맞지 않는 자의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기준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나갈 예정이다.

동시에 분쟁조정위 조정결과 발표 당시 구체적인 위반 사례 등이 공개되지 않은 '부당권유'(+10%p)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내용과 비율 등을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자율조정에 응하기로 한 만큼 세부적인 배상비율에 대해 최대한 피해자들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실조사 검증 등 은행을 압박할 수 있는 키를 쥔 금감원이 얼마나 피해자측의 입장을 수용해 자율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할지는 미지수다.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은행 역시 피해자측이 주장하는 부당권유 등이 인정될 경우 과태료 부과와 각 PB에 대한 형사처벌 등의 부담을 져야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측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피해자 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미 분쟁조정위 조정을 통해 역대 최대인 40~80%의 배상비율이 정해졌고 은행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여기다가 가점요인은 더 넓히고 감점요인은 더 좁히라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감원 분쟁조정을 통해 큰 틀에서의 배상비율과 기준이 정해졌고 이를 통해 자율조정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과 피해자간 조금이라도 덜 주고 더 받기 위한 디테일 전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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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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