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동학혁명 유족수당

장인철 2019. 12. 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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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의 '동학농민혁명 유족수당'이 논란이다.

지급 근거로 지난 16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지금까지 파악된 지급 대상 유족 93명 등에 대한 예산 1억2,000만원도 확보했다고 한다.

과거 '동학란'이 민족ㆍ민중ㆍ자주운동으로서 '동학농민혁명'으로 명예롭게 재정립된 지 이미 오래인데, 몇 푼 안 되는 유족수당으로 명예를 회복시킨다는 발상이 새삼스럽지 않으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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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봉기 당시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이 혁명을 모의하는 사발통문을 작성했던 전북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에 들어선 무명 동학농민군 위령탑.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 정읍시의 ‘동학농민혁명 유족수당’이 논란이다. 혁명의 발상지로서 참여자의 명예 회복과 유족 복지를 위해, 현재 정읍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고 1년 이상 거주한 동학운동 참여자의 자녀ㆍ손자녀ㆍ증손자녀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급 근거로 지난 16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지금까지 파악된 지급 대상 유족 93명 등에 대한 예산 1억2,000만원도 확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감하는 여론은 별로 없다.

□ 물론 정읍시로서는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을 통해 꾸준히 유족 발굴 사업을 해 왔다. 정읍 현지에서는 “동학농민혁명 중심지로서 관광객 유치 등에 큰 도움이 된 만큼, 그 이득을 유족과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댓글 등에서는 “임진왜란 전사자 수당은 없나”부터 “계백장군 오천 결사대 수당은 왜 안주나” “참으로 해괴하고 해괴하도다!”에 이르기까지 냉소나 개탄이 압도적이다.

□ 부정적 반응에는 우선, 120년이나 지난 구한말 때의 역사와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새삼 유족수당을 주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하고 있다. 임진왜란과 계백장군, 고려 때 농민 봉기인 ‘망이ㆍ망소이의 난’까지 냉소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새삼스럽게 무슨 명예 회복이냐는 시각도 있다. 과거 ‘동학란’이 민족ㆍ민중ㆍ자주운동으로서 ‘동학농민혁명’으로 명예롭게 재정립된 지 이미 오래인데, 몇 푼 안 되는 유족수당으로 명예를 회복시킨다는 발상이 새삼스럽지 않으냐는 얘기다.

□ 가장 흔한 반응은 지자체의 씀씀이에 대한 비판이다. 안 그래도 각종 청년수당부터 주민 전입수당에 이르기까지 정부ㆍ지자체 복지 급여만 360가지에 이른다. 현 정부 들어 복지성 현금 지원을 받는 가구가 10%포인트나 뛰어 전체 가구의 45.1%까지 올랐다는 분석(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까지 나온 끝에 동학 유족수당이라니,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개탄마저 나오는 것이다. 선출직 위정자들은 ‘기본소득’으로 나눠줄 수도 있는 돈이니 좋은 명분이나 세우자는 계산을 하겠지만, 납세자들로서는 왠지 우롱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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