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팬들 '지킴이 운동' 왜? [스경X이슈]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9. 12. 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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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3’ 깜짝 등장해 열풍을 일으킨 가수 양준일. 사진 JTBC

뜨겁다. 열풍을 넘어 신드롬에 가깝다.

대중들은 30년 만에 나타난 한 남자, 양준일에 열광 중이다.

양준일은 ‘온라인 탑골’이라 불리는 옛 가요 프로그램들의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소환돼 새삼 화제가 됐다. 기름을 부은 것은 JTBC ‘슈가맨3’다. 이후 미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는 팬들의 부름에 응해 한국 활동의 준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날랜 춤솜씨, 세월을 빗겨나간 외모, 무엇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그의 모습에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팬들은 한 마음으로 뭉쳤다. 팬들은 일명 ‘팬질’이라고 불리는 ‘바라기’ 행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양준일의 지킴이’로 나서기 시작했다.

방식은 다양하다. 여러 기업에 양준일을 모델로 기용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린다거나 철저하게 스타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면 등이다. 17일 오후에 벌어진 ‘코미디 빅리그’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 게시판. ‘양준일’ 패러디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17일 tvN ‘코미디 빅리그’는 한 코너에서 ‘양준일의 슈가맨 무대’를 패러디한 예고 영상이 공개됐다. 팬들은 코미디언들이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럽게 양준일을 희화했다며 프로그램 게시판에 항의글을 쓰기 시작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ㄱ씨는 “한국 사회가 상처를 줬는데 또 상처를 주면서 재밌다고 웃는 게 개그입니까? 그것은 폭력입니다”라며 “방송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망정, 선한 사람을 비하하고 웃는 모습을 개그로 내보내다니요. 우리 사회에는 풍자할 대상은 널렸습니다”라며 코빅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팬들이 ‘지킴이’ 역할을 하게된 이유는 무얼까?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청소년 잡지 ‘MODU’ 황정원 편집장은 “팬들은 과거 시대적 상황과 편협함으로 아티스트를 알아보지 못하고 돌을 던졌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심정이 앞선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황 편집장은 “양준일의 팬덤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그중 목소리가 높은 사람은 두 부류다. 팬덤에 익숙해 그 룰과 생리를 잘 아는 1020 유입팬 그리고 매너와 재력을 갖춘 4050 원조팬이다. 두 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양준일을 위해 올바른 팬덤 문화를 세우려 노력 중”이라며 “일례로 팬들 사이에서는 ‘탑골지디’라는 말도 금기어다. 다른 가수와 비교하는 것은 두 아티스트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지만 옛스타의 귀환을 ‘물 들어올 때 노젓는 격’이라고 비꼬며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팬들은 의연하다. ‘기꺼이 물이 되어 줄 테니, 노를 저으세요’라고. 그들은 양준일의 음원이나 영상을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무료로 누린 점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아티스트의 자존감’을 되찾아 주고 싶다며 더욱 단결 중이다.

양준일의 신선한 등장만큼 팬들의 모습 또한 신선한 광경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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