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만 있어야 하나요" 대림동 여경, 112만원 소송냈지만..

이해진 기자 2019. 12. 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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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만원은 경찰 공권력의 상징적 의미였는데 아쉽다. 마음 같아서는 강제로 앉혀다가 재판해야지 싶다"

일명 '대림동 여경사건' 경찰관들이 자신을 폭행한 중국동포 남성들을 상대로 낸 '112만원' 손해배상 청구가 재판 없이 마무리되자, 경찰 내부에서 공권력 경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공무 중 소송을 당하면 거액을 배상할 수 있지만 경찰을 때린 악성 민원인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찰은 뺨 맞아도 가만있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불만도 나온다.

재판도 없이 끝나버린 112만원 소송…일선에선 허탈감
17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35단독 김지현 판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경찰서 신구로지구대 소속 A경위와 B경장이 중국동포 강모씨(41)와 허모씨(51)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소장각하 명령을 내렸다. 일용직 노동자인 강씨와 허씨의 주거지가 불확실해 소장이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앞서 A경위와 B경장은 올해 7월 이번 사건이 '대림동 여경사건'이 아닌 '공무집행방해 사건'이라며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을 알린다는 취지로 두 중국동포를 상대로 각각 112만원씩 손배소를 제기했다. 112만원은 범죄 신고 전화번호를 의미한다.

재판 한번 열리지 못하고 소송이 각하되자 일선 경찰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반대로 경찰이 공무 중 시민에게 고소를 당하면 거액의 배상금을 무는 경우가 많아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일선서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경찰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공무집행방해를 하는 주취자가 하루에도 3~5명이 넘는다"며 "소란 피우다가 손목이 부러지거나 찰과상을 입고 경찰에게 따질까 봐 수갑도 잘 채우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경찰관은 "(대림동 사건 장본인에게 청구한) 112만원은 경찰 공권력 상징이었는데 허탈한 이유로 각하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매해 수십건 소송당하는 경찰…현장에선 "책임 명확히할 매뉴얼 필요"
공무로 인해 경찰이 시민으로부터 국가배상 등 소송을 당하는 건수는 매해 수십건에 달한다.

조영민 서울지방경찰청 조직법무계장이 작성한 논문 '직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경찰관 법률분쟁 지원 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개별 경찰관으로부터 접수받은 법률지원은 67건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서울지방경찰청은 2017년 4분기부터 직무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법률분쟁을 지원 중인데, 지원 시행 첫 분기인 2017년 4분기엔 12건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역시 18건이 접수돼 분기당 10~20건씩 법률지원을 요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7월 경찰이 범칙금 부과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압하다가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국가가 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운전자가 단속하는 경찰의 제복을 붙잡은 행위 등은 잘못됐지만 제압이 지나쳐 상해를 입힌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은 국가에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사안에 따라 해당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돼 있다.

현장 경찰관들은 실효성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경찰은 현행 '현장 매뉴얼'에 따르면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주취자 등을 상대해야 한다"며 "주취자가 칼을 들고 설쳐도 삼단봉을 든 채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구대 소속 또다른 경찰관도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 물리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주취자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무집행방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은 것도 적법한 경찰 공무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일선서 지구대 소속 한 C경감은 "경찰서에서 몇 시간씩 행패를 부려도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 수준이 낮다"며 "공무집행 방해는 시민 안전 서비스 구멍으로 이어지는데도 손쓸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구대 경찰관도 "경찰을 폭행해 골절상을 입혀도 초범이면 집행유예에 그친다"며 "피해 경찰관의 트라우마와 손상된 자존감의 회복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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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기자 hjl1210@,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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