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체증 내려가" 윤지혜, '불행 포르노'라는 단어 쓴 이유

김나연 기자 2019. 12. 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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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혜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호흡' 현장을 폭로했다.

윤지혜는 14일 자신의 SNS에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놓으려 한다"며 "비정상적인 구조로 진행된 이 작업에 대해 스스로 왜 이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는 끊임없이 저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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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 사진=영화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윤지혜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호흡' 현장을 폭로했다.

윤지혜는 14일 자신의 SNS에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놓으려 한다"며 "비정상적인 구조로 진행된 이 작업에 대해 스스로 왜 이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는 끊임없이 저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도로 초저예산으로 된 작업은 처음이었으며 힘들겠지만 그래도 초심자들에게 뭔가를 느끼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큰 착각을 했다"고 적었다.

윤지혜는 "한 달간 밤낮으로 찍었다. 촬영 3회차쯤 되던 때 진행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고, 상식 밖의 문제들을 서서히 체험하게 됐다"며 "현장 자체가 고통이 됐고, 제 연기 인생 중 겪어보지 못한 겪어서는 안 될 각종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저는 극도의 예민함에 미칠 것 같음을 연기하게 됐다. 사실 연기가 아닐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컷을 안 하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 중인 차에서 도로에 하차해야 했다.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저를 피해 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하철에서 도둑 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 영화라고 변명한 뒤 정처 없이 여기저기 도망 다니며 이 역시 재밌는 추억이 될 듯 머쓱하게 서로 눈치만 봤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욕심만 많고 능력은 없지만 자존심만 있는 아마추어와의 작업이, 그것도 이런 캐릭터 연기를 그 속에서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이 뼈저리게 느꼈고 마지막 촬영 날엔 어떠한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지혜 / 사진=영화


윤지혜는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 작품에 너무 가혹한 상처들만 남았고 제가 느낀 실체를 호소하고 싶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KAFA와의 작업의 문제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호흡'은 권만기 감독의 작품으로 아이를 납치했던 정주(윤지혜)와 납치된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민구(김대건)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긴 악연을 그린 영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선정된 졸업작품으로, 제작비는 7천만원대다.

윤지혜는 '불행 포르노'라는 단어를 쓰며 이 영화 현장을 비판했다. 불행 포르노는 캐릭터에게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불행들을 주입하며, 그러한 불행을 과다하게 전시하는 작품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다.

그가 이런 단어를 쓴 이유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윤지혜는 한 달 전 자신의 SNS에 "불행 포르노. 나는 이 단어를 왜 이제야 봤을까. 왜 이 표현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쾌감을 느끼는 걸까. 옳지. 그렇구나. 내가 정말 불행했었구나. 정말 고통스러웠었구나. 이리도 감단한 것을 심신 안정에만 힘썼구나. 사람은 역시 죽을 때까지 탐구해야 하는구나"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윤지혜는 불행 포르노라는 단어를 접하고 영화 촬영 당시 자신의 감정을 되새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지혜의 이런 폭로에 대해 배급사 측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오늘(16일) 안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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